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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아다 궁금해서 올려봄
혼자서 하기엔 똑같아서 남자 여자 상관없이 다른 사람 손이나 입 통해서 경험해보고 싶은데 처음이라서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을지 처음부터 그쪽 사우나가면 내가 원하는 쾌락은 느낄거 같은데 조절없이 들어올거 같아서 무섭고 사우나 말고 혹시 경험ㅎ할수있는곳은 있는지.. 그리고 1. 그 일반 사우나 남탕 안에 있는 옷벗고 자는 수면실에서 자는척하면서 누워 있고 발기하면 일어날 가능성은 아예 없는건가요? 2. 또 궁금한건 일반사우나여도 세신중에 발기하는게 이상한건 아니죠? 막 세신사? 분에게 미안해야하거나? 주위 의식해야 하는건가요? 좀 편하게 받고 싶은데 혹시 추천있거나 하시면 알려주세요
2026-08-26
묻고답하기
박씨아저씨 13 (펌)
며칠 후 오영은 병선의 일이 궁금했다. 넷이서 만나던 날 ‘기’와 병선의 갈등이 잘 해결되었으리라고는 믿지만 그래도 어찌되었는지가 궁금했다. 늘 재명이 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병선과의 만남을 자제해 왔던 오영은 심심했다. 그렇다고 화내고 헤어진 재명이 형을 지금 새삼스럽게 만나기는 싫었다. 그래도 우리 둘 사이는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일들이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냉각기간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아워를 끝내는 시간에 오영은 넥타 한 타스를 사들고 병선의 근무처를 찾았다. 하루걸러 하는 병선의 근무시간은 오영이 사는 아파트의 경비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둘이 맞교대하는 직장은 모두가 변함없이 똑같기 때문이었다. 병선은 오영을 보자 밝은 표정으로 맞이했다. “어떻게 왔어?....... 영 못 볼 줄 알았는데.......?” “왜요?” “나에 대해서 실망이 크지?, 폭력도 하고, ........그런데 그 자식 믿었더니 건방져서 안 되겠어.......!” “그건 난 몰라요 형의 일이니까.” “하긴 그렇지만, 여하튼 미안해!, 내 성질이 고약하지?....... 이해해줘!” “형님 화내니까 무섭던데....... 그래, ‘기’ 형하고는 헤어졌어요?” “내가 왜 헤어져.......?, 내 말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하려면 내가 있는 데서 같이 즐기자는 거지.......” “.......” “그날 너 간 후로 그 형님이 무릎 꿇고 나한테 싹싹 빌었어, 다신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사실 그건 바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와의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어?.” 병선은 그날 ‘기’가 의외로 무릎을 꿇고 비는 것이 안타깝고 애처로웠다. 오죽했으면 ‘기’가 자존심을 다 버리고 자신에게 읍소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병선은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건 ‘기’의 마음속에 병선이라는 사람이 얼마만큼의 비중을 갖고 있는가의 증거이기도 했다. 병선 또한 ‘기’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그동안 그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던가.......? 그런 ‘기’가 아무에게나 정을 주고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병선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병선은 분이 안 풀렸다. 무릎 꿇고 비는 ‘기’를 일으켜 세웠다. “형님!, 날 아주 버릴 거요?” “내가 다신 안 그러난다고 이렇게 빌잖니?” “그렇고 안 그렇고가 문제가 아니고 거짓말하고 속이는 게 나쁜 건 알잖소.......?” “잘못했다!” “오늘은 그만하고 모레 봐요.......” 병선은 ‘기’의 옷자락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왔다. “형님 집으로 가세요!. 모레 안산 가는 날이니 바람이나 쐬러 가든지.......” “알았다!” 그 다음다음날 아침 병선은 차를 끌고 ‘기’의 집으로 갔다. ‘기’가 금방 잠에서 깬 듯 세수도 안 한 게슴츠레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나와서 세수를 하려고 수돗가로 갔다. “세수는 해서 뭘 하우, 그냥 가요!” “이 꼴을 하고 어떻게 가냐?” 그렇게 말하는 기의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고 눈두덩이 부어 있다. 밤새껏 울었던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는 병선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형님 어제도 형수님과 싸웠소?” “싸움이야 매일 하지만 어제는 좀 그랬어.......” ‘기’는 병선의 차에 올라타면서 아내 민씨가 너무나 심한 말을 써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동네도 창피스러웠고 어쩌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밤새도록 울었다. 집 안 생활비는 이층 세비에서 충당하고 ‘기’의 용돈은 아들이 가끔씩 부쳐주는 것이 전부였다. 아들자식도 며느리가 딸 하나 낳고 중절 수술을 멋대로 하는 바람에 소위 맏상제가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그렇다고 아들 부부를 원망하자니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참견하는 것은 더욱 우습게 여겨졌다. 선친의 제사나 명절은 고사하고, 시어머니 생신 때마저도 깜박 잊었다느니, 몸살이 났다느니, 핑계를 대는 것이 일쑤였다. 그런 며느리에게 기댄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다. 그런 모습으로 한평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끔찍하고 허무했다. 세상천지에 자기같이 사는 가정이 또 있을까 싶었다. 한편 생각하면 모두가 자신의 부덕한 결단력 없는 성격 탓이라고 평소에도 늘 생각해 왔지만 선친이 정해준 배필과의 강제 결혼이 지금껏 문제의 발단이라고 생각해 왔다. 산업도로를 따라 안양 외곽을 지나가도록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병선은 병선대로 ‘기’는 기대로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가 목감 사거리를 지날 때쯤 병선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형님!, 우리 죽어버립시다!.” “죽긴 왜 죽니?, 난 죽더라도 넌 왜 죽니?” ‘기’는 속으론 동의하면서도 반사적으로 동의를 하지 않았다. “살기가 싫어졌어....... 형님!, 우리가 무얼 바라고 살아야 하우?, 젊었을 때야 돈 벌 욕심에 살았다 하지만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우리가 무슨 낙으로 살아요?” 하긴 그랬다. ‘기’는 어젯밤 일이 생각이 났다. 싸움의 발단은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 다니는 병선과 그만 좀 만나 달라는 주문을 아내 민씨가 했다.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잡아떼자 늙은이들이 무엇들 하고 다니는 거냐고 따지고 들었다. 전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제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동네가 창피하다는 소리까지 했다. 물론 이층 식구들이 아무도 없었기 망정이지 동성연애 한다는 이야기까지 서슴지 않았다. 여기까지 다다르자 ‘기’가 화가 난 나머지 손에 잡히는 목침을 앞마당에 힘껏 내동댕이쳤다. 그 바람에 아내 민씨가 애지중지 아껴오던 조선간장 항아리가 박살이 났다. 민씨는 대성통곡을 했다. 날로 심해지는 남편의 폭력과 조그만 말다툼으로 시작해서 점점 커가는 늙은 부부의 부부 싸움은 아무도 말릴 자가 없었다. 그래도 가끔은 2층 세든 사람 가족이 나타나면 어쩔 수 없이 멈춰지지만 요즈음은 이제 그 눈치도 끝장이 났다. ‘기’도 같이 울었다. 부부 싸움을 할 때마다 ‘기’는 목줄기가 뻣뻣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혈압이 이제 심장에 있는 모든 피들이 머리로 올라와서 ‘이제는 죽는구나’ 싶었다. 동성애 이야기는 병선이 처 입에서 나온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동안 병선의 집 침대에서 둘이 뒹굴고 있는 것을 병선의 처가 목격한 적이 있었다. 적당히 둘러대긴 했지만 그래도 병선의 처의 눈초리는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병선은 느꼈다. 병선의 처도 집안에 큰일을 치르면 떡이랑 과일 등 이것저것 먹을 것을 싸 들고 ‘기’의 집에 가져가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기’의 처와, 병선의 처는 오래전부터 ‘형님’ ‘아우님’하고 지냈다. 병선의 처도 암 수술을 받은 후부터는 병선과는 각방을 썼고, 이제는 리듬이 깨져 ‘기’의 처와 만나는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기’의 아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틀림없이 병선의 아내 짓일 거라고 단정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둘은 안산 건물이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대부도를 거쳐 엑셀 차를 배에 싣고 영흥도로 갔다. 장경리 해수욕장을 찾았다. 초행길이지만 늦가을의 쌀쌀한 바닷바람은 을씨년스러운 가을답게 쓸쓸하고 조용했다. 때마침 저 멀리에 낙조가 시작되고 있었다. 붉게 물든 수평선 너머로 이 세상의 온갖 밝은 빛을 모두 거두어서 어둠의 씨를 뿌리며 태양이 사라지고 있었다. ‘기’와 병선은 때마침 밀려온 파도 속으로 손을 맞잡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와서 두 사람의 배꼽을 적셔도 서로가 잡은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2026-08-30
소설 이동
박씨아저씨 12 (펌)
중국 정주의 한 호텔에 투숙한 병선은 ‘기’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말로만 형 아우이지 형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억만금을 줘서라도 형네 부부와 같이 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훌쩍 떠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공항 개찰구를 빠져나올 때 울적해 보이던 수심 어린 ‘기’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도착하자마자 운대산을 관광하고 호텔에 돌아온 병선은 아무래도 잘 도착했다는 전화라도 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이드에게 부탁해 국제 전화로 ‘기’의 집으로 전화를 연결했다. 여행지 시간이 10시니까 한 시간 앞서가는 한국은 밤 11시가 넘고 있었다. “아,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형수님! 저 병선인데 수희엄마랑 중국에 왔어요,......미안해요 형수님 우리만 호강하는 것 같아서.......형님 계세요?” “아직 안 들어왔는데.......” “네에?, 그럴 리가.......?, 거기 11시가 넘었죠?” “네.......” “이상하다, 형님 들어오시면 전화 왔었다고 전해 주세요!,” “네, 잘 쉬었다 오셔요” 병선은 전화를 끊고 ‘기’가 늦게까지 안 들어온 이유를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늦도록 안 들어올 리가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병선은 그다음 날 소림사, 그다음 날은 용문석굴, 3일째 날은 당 현종과 양귀비가 사랑을 속삭였다는 화청지를 돌면서 ‘기’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6일째 되는 날 여행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오영이 ‘기’를 태우고 마중 나왔다. ‘기’는 병선이 나타나자 뛸 듯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잘 다녀왔어?, 제수씨도......,” “네, 미안해요. 우리만 갔다 와서......., 줄곧 애 아빠가 미안해하던데........” “미안하기는, 환갑 여행인데 잘 갔다 왔지, 우리 늙은이가 거기 왜 껴.......허허!” ‘기’는 속으로 섭섭해하면서도 두 사람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것이 몹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중국이 좋대?” “좋지요, 형님과 같이 갔으면 더 좋을 번했는데.......” “빈말이라도 고맙다. 난 비행기 타기가 무서워서 아무 데도 못 가!” “형님한테 미안해서 중국 가던 첫날 잘 도착했다고 전화했더니, 형수님이 받으시던데....... 11시가 넘었는데 형님 안 들어왔다고......., 왜 형수님이 얘기 안 해요?” ‘기’는 가슴이 뜨끔했다. ‘호’와 미리 짜 놓은 대로 하기로 했지만 혹시 탄로라도 나면 이제 끝장나나 싶었다. ‘호’에게는 몇 번씩이나 다짐을 했는데 혹시 병선이 눈치챈 것이 아닌가 겁이 났다. “으응, 그날?, 마누라하고 다투고 딸네 집에 가서 잤어.” 설마하니 그것까지야 확인하랴 싶었다. 임기응변으로 대답하고 나서 망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꾸며 대었다고 생각했다. 병선은 자신의 딸네 집은 잘 모른다. 개봉역 근처에 산다고만 알았지 더 이상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하고한 날 부부 싸움을 일삼는 ‘기’인데 어쩌면 그날만 외박을 했다는 것일까? 병선은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더 이상 입을 다물었다. 며칠 후, 병선은 여느 때처럼 ‘기’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둘만의 시간을 가진 후 아무리 생각해도 ‘기’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형님!” “응?, 왜 그래?” “나 없는 동안 바람 피웠지?”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솔직히 얘기해 형!, 외박한 날도 그렇고....... 요즈음 형님 태도가 이상해!” “넘겨짚는 거냐?, 날 그렇게 못 믿어?”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럼 나 없는 동안 뭐하고 지냈수?” “넌 그게 탈이야 남을 의심하는 것, 공원에 가서 하루 종일 있었어.......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냐?” “정말?, 정말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수?” 병선은 밝은 빛으로 ‘기’의 허리를 안았다. “보고 싶었다, 정말로....... 공원에 매일을 가 있어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고....... 멀거니 하늘만 쳐다보고 너 오기만 기다렸어!” 어느새 ‘기’의 눈에 이슬이 고였다. 병선은 더욱 힘차게 ‘기’를 안은 채 자신의 볼을 ‘기’의 얼굴에 비벼 대었다. “의심해서 미안해 형님!” “넌 내가 널 얼마만큼 사랑하는 줄 모르지?, 네 말대로 죽도록 사랑해!, 그 말을 잊었냐?” ‘기’는 티슈를 뽑아 휭하니 코를 풀었다. 자기가 병선 모르게 ‘호’와 관계를 했다고 해도 병선을 향한 애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휴일이 돌아왔다. 병선은 예정했던 대로 오영의 비번 날을 택해 ‘호’와 ‘기’ 넷이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다. 자신의 무사한 여행을 기념하고 혼자 갔었던 미안한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한 모임이었다. 동네 근처 한가한 음식점을 택해 불고기 파티를 열었다. 부르스타에 얹힌 불판을 앞에 놓고 병선 옆에 ‘기’가 앉고 ‘호’의 옆에 오영이 앉았다. 오영은 ‘호’의 옆이 몹시 불안했다. 라이벌이라는 기분도 있지만 젊은 나이 탓인지 세 사람 앞에 앉은 자신이 한없이 작고 왜소하게 느껴졌다. 분위기는 제법 화기애애하게 돌아갔다. 소주잔은 바쁘게 돌아갔고 병선이 비쩍 마른 당나라 임금 현종이 뚱보 양귀비에 미쳐 화청지에서 정사를 나누었다는 얘기며, 육십 년대 홍위병들이 모택동을 옹호하고 등소평과 대항하여 싸우면서 구시대적 문화유산을 제거한다 하여,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이며 불교의 표상인 용문석굴의 수많은 부처상들을 깨뜨려 버렸다는 얘기들로 이어갔다. 소주병이 다섯 번째 들어왔을 때 ‘호’와 병선이 우연의 일치로 동시에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호’는 대변기에, 병선은 소변기에 배변을 하면서 병선이 입을 열었다. “X호!, 너 나 없는 사이에 ‘기’ 형님과 몇 번 했어?” “몇 번이라니요?” “너, ‘기’ 형이 그러는데, 나 중국 떠나던 날 여관에서 밤샜다면서?” “네에?, 기 형이 그래요?” “그래!” “허~이 참!, 어이가 없네, 자기가 먼저 말하지 말자고 해놓고선....” ‘호’는 참으로 기가 막혔다. (어쩌면 그렇게 자기 입으로 떡 먹듯이 일러놓고선 그렇게 쉽게 털어놓다니.......) “사실은 그날, ‘기’ 형이 외롭다고 찾아와서.......” “알았어!, 그만해!” 병선은 병선대로 기가 막혔다. (그렇게 믿었던 ‘기’가 자기 앞에서 거짓말을 늘어놓다니.......) 병선이 넘겨짚고 ‘호’에게 던진 말에 ‘호’가 감쪽같이 넘어갔다. 병선은 울고 싶었다. ‘기’가 자신을 속인 것이 분하고 원통했다. 소변을 보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기’의 옆으로 돌아와 무너져 내리듯 절퍼덕 주저앉으며 ‘기’의 한쪽 팔을 붙들고 늘어졌다. “아니!, 얘가 왜 이래?” 비죽거리던 병선의 입이 열리면서 비명소리와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형님! 나 죽어~!, 어쩌면 그렇게 날 속일 수가 있어~!, 응? 아이고~ 흑흑!“ “아니 왜 그래 갑자기!?” ‘기’가 소리를 질렀다. “형님!, 믿었던 형님이, 흑흑!....... 어쩌면 그럴 수가 있단 말이야!, 응? 나 어떡해~?“ 흐느끼던 병선이 아예 바닥에 누워버렸다. 저쪽 구석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던 손님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빠져나갔다. 주인이 와서 말리려 해도 병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병선이 순간 벌떡 일어나 ‘호’ 쪽으로 갔다. “너 이 새끼!, 이리와!, 이 뻔뻔스런 놈! 너 같은 놈 필요 없어!” 순간 ‘호’의 얼굴에 병선의 주먹이 날아갔다. “어이쿠!” ‘호’는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글썽인다. 영문을 몰라 하던 오영은 슬그머니 일어나 계산대로 가 계산을 하고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왔다. 안에서 “꺼져버려!, 이 새끼야!, 이제 너하고는 절교야! 알았어!” 하는 소리와 동시에 ‘호’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뛰쳐나온다. 오영은 다시금 재명이 형 생각이 났다.
2026-08-29
소설 이동
박씨아저씨 11 (펌)
오영은 갑자기 당황스럽였다. 이미 어젯밤에 병선과 관계를 했기 때문에 별로 생각도 없었을 뿐더러 재명이 형한테 자꾸 죄를 짓고 있다고 느낀 때문이었다. 또 한 가지 오영이 당황스러워한 것은 이리저리 얽혀져 가는 자신의 행각을 추스르지 못하는 결단력 없는 자신의 뻔뻔스런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오늘은 안 되겠습니다. 돈을 벌어야지요.......죄송합니다.......다음에 꼭 전화드리겠습니다.” 오영은 ‘기’의 모처럼의 부탁을 거절해 버리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우.......이 늙은이가 주책을 떨었나 보우.......” “천만에요 어르신 그게 아니고요.......오늘은 정말 시간을 너무 보낸 것 같아 제 입금목표도 있고요.......” “괜찮우!, 자 그럼 우리 여기서 헤어집시다.......난 집까지 걸어도 되니까, 오늘 수고 많았수.......“ ‘기’는 오영을 보내고 나서 막상 갈 곳이 없었다. 집으로 가자니 밥도 안 차려주는 마누라가 꼴도 보기 싫었고 버스 타고 보라매공원까지 가자니 버스비도 아깝지만 너무 멀었다. 갑자기 ‘호’가 생각이 났다. (그래, 호를 찾아가자.......“ ‘기’는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호’가 근무하는 서비스 공장까지는 2km가 족히 되었지만 시간이 넉넉하니 운동 삼아서 걷는 것이 좋다고 느껴졌다. 점심도 굶은 채로 ‘호’의 근무처로 향하여 걸어가기 시작한 ‘기’는 걸으면 걸을수록 기운이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병선을 떠나보내고 이제 젊은것들이 자기를 외면한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그래도 ‘기’는 ‘호’를 만날 욕심에 마음이 급했다. ‘호’가 보고 싶었다. ‘호’만큼은 자기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도 나를 좋아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기’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까짓 병선의 당부는 아무것도 아니야.......서로가 시치미를 떼면 되지.......약속을 단단히 하면 돼!“ ‘기’는 허겁지겁 서비스 공장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호’를 불러내는 것이 문제였다. 먼발치서 안을 들여다보니 공장 안의 분위기는 한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늙은 놈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면 안에서 종업원들이 놀라서 쳐다볼 것만 같았다. 걱정에 잠겨 한참을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부저 소리가 울리면서 종업원 하나가 밖으로 나왔다. 점심시간이 시작된 것 같았다. ‘기’는 반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저.......젊은이, 나 부탁이 좀 있는데.......” “네!?” “박X호라고 공장장 좀 만났으면 하는데.......” “그래요?, 점심시간인데 그냥 들어가 보시지 그러세요?” “아니 내가 사정이 좀 그래서......, 그냥 좀 불러주면 안 되겠소?” “전화로 하시면 되잖아요?” “난 전화가 없는 사람이요.......” 그 젊은이는 ‘기’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훑어보고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 호가 곧 나왔다. “아, 어찌 된 일이세요?, 공항엔 안 갔어요?” “갔다가 왔지....... 심심해 죽겠어!” ‘기’가 어린애처럼 보챘다. “나 참!, 심심한 걸 난들 어떡해요?, 퇴근시간은 아직 멀었고......” “저번처럼 외출 좀 하면 안 될까?” “저도 그러고는 싶지만 안 돼요!, 일거리가 너무 많이 밀려서......” “야단났네......” “참!, 병선이 형 잘 갔어요?” “응......” “점심은요?” “아직......” “아직도 안 드셨어요?, 두 시가 다 돼 가는데......., 저기 형님!, 제가 돈을 드릴 테니 점심 잡숫고 길 건너 디브이디 극장 생겼던데 거기 가서 시간 좀 보내고 계세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기’ 앞에 내민다. “에이!, 그만한 돈 나도 있어!, 알겠으니까 이따가 그리로 와!, 알았지?” 기는 그길로 중국집으로 갔다. 짜장면 한 그릇 시켜 먹으며 시간을 최대한 끌어보지만 기껏 20분을 넘기지 못했다. ‘기’는 할 수 없이 그 보기 싫은 남녀 간의 정사를 담은 실루엣을 보아야만 했다. 밑도 끝도 없이 제목도 확실치 않은 판토마임식을 뒤섞은 영화는 기모노를 입은 일본 게이샤를 건장한 일본 남자가 강탈하는 내용, 자위행위를 하는 여인을 문틈으로 훔쳐보다가 흥분한 나머지 문을 열고 들어가 즐기는 내용 등이었다. ‘기’는 어쩐지 여자들의 그런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휴게실로 나와 소파에 걸터앉아 시간 가기만 기다렸다. 오늘 공항에 갔었던 일과 젊은 기사에게 무안당했던 일, 그러나 그런 일들은 지금껏 살아온 지난 일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기’는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병선의 빈자리가 이렇게도 쓸쓸하고 외로움을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병선 아니면 갈 곳도 없고,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 서글팠다. 생각에 잠겨 있는데 ‘호’가 웃는 얼굴로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아니, 시간이 아직 안 됐잖아?” “조퇴했죠, 병원 좀 가야 한다고......” “공연히 나 때문에 직장 소홀히 하면 안 돼!” “걱정 마세요, 영화는 재밌어요?” “재미?, 에잇!......나가자고.......” “호호호.......” 둘은 택시를 잡아타고 안양유원지 쪽을 향했다. 언젠가 병선과 만났을 때 그곳에 간 적이 있다. 유원지 입구 모텔은 모텔치고는 좀 고급스러웠다. 둘은 급하게 서둘러 샤워를 하는 둥 마는 둥 몸에 묻은 물기도 미처 닦지도 못한 채 헝클어졌다. 한동안 꽉 껴안은 채로 입술을 더듬고, 볼을 비벼 대었다. 얼마나 정에 굶주렸을까? 침대 위에 쓰러졌다. 서로가 허리와 어깨를 떨어질세라 껴안은 채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기다렸던 둘만의 화합인가......?) 외로움이란 이렇게도 목마른 것일까? ‘기’는 너무나 벅찬 감격에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동안 병선과 셋이 있을 때보다 기쁨이 몇 배나 더한 것 같았다. “아우야......?” ‘기’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 ‘호’를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응?” “이 늙은이한테 뭘 바라누?” “아무것도....... 형들이 그냥 날 버리지만 않고 끝까지 정만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 형!......” ‘호’가 잔뜩 발기된 ‘기’의 그것을 힘껏 쥐었다. “어이구 요런!, 예쁜 것!” ‘기’도 질세라 ‘호’의 것을 가볍게 쓰다듬는다. 둘은 서로 엉켜 헉헉대다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서로의 손에 거의 동시에 배설을 하고 만다. “어어!” ‘기’에게 티슈 몇 장을 쥐여주고 화장실로 가던 ‘호’가 갑자기 놀라서 뒤돌아서며 ‘기’ 앞에 ‘기’의 배설물을 보란 듯 내민다. 놀랍게도 ‘기’의 배설물에는 피가 섞여 있다. “으응, 괜찮아 난 가끔 그래.......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아, 혈압만 조금 높을 뿐이야, 걱정 말아!” 둘은 샤워실로 가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애무하다가 다시 침대에 누웠다. 떨어질세라 가슴과 가슴을 껴안은 채 잠이 들어버렸다.
2026-08-28
나의 백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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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선은 환갑잔치를 치루고 며칠 후 아내와 함께 중국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당초에는 유럽여행을 계획 했으나 생전 처음 가는 해외 나들이이고 또 절약정신이 투철한 병선으로서는 돈이 아까웠다. 공항까지는 환갑잔치 이튿날부터 격일제로 내리 사흘 동안 병선의 직장으로 찾아 갔던 오영이 자발적으로 태워다 드리겠노라고 제안을 했었다. 병선의 말로야 듣기 좋은 얘기로 김포공항까지의 차비를 대겠노라고 했지만 오영은 모처럼 나들이 하는 병선 부부의 여행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호’는 직장관계로 동석하지 못하고 택시 앞좌석에는 ‘기’가 탔다. 오영은 공항을 가면서도 계속 재명이 형의 얼굴이 어른 거렸다. 공원에서 헤어 진지 이 주일이 지나도록 전화 한통화도 없었다. (공항에 내려서 꼭 전화를 해야지.......) 마음을 먹으면서도 요 며칠동안 병선과 지냈던 일들을 생각하면 어찌된 노릇인지 도무지 용기가 나질 않는다. 오늘 병선을 3박4일 동안 떠나보내면 며칠간의 여유가 생긴다. (어떡하지.......?) 사실 재명이 형과 서먹해진 후로 병선을 만나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 그와의 관계가 급진전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건 분명 오영 자신의 마음이 어느새 병선에게 쏠려 있다는 증거인지도 몰랐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만큼 병선의 능숙한 사교술에는 아무도 당할 자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 작달막하고 통통한 몸매에 동그스름하고 다구 진 얼굴, 살짝 쌍꺼풀이 진 눈매, 능청스럽도록 간교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한없이 정이 그리운 오영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 이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호탕하고 거리낌 없는 참신한 행동과, 숨김없고 허심탄회한 마음씨 또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듯이 돈에 대한 욕심이 너무 강했다. 그래도 오영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혼자 사는 처지에 싸놓은 재산은 없을지라도 선친이 남겨주신 아파트 한 채와 그날그날 일해서 벌어들이는 돈만 가지면 서로가 마음만 변치 안는다면 금전적으로는 얼마든지 꾸려나갈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도착한 김포공항의 아침은 한산했다. 여기저기 구릅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앞으로 눈앞에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벅찬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고, 이따금씩 사람을 찾는 안내 방송이 넓은 홀에 울려 퍼졌다. 출국 수속이 끝난 병선 부부를 오영이 안내하여 스넥 코너로 갔다. 간단한 티와 커피를 주문하는 동안 병선이 ‘기’ 에게 잠시 할말이 있다는 듯 옷소매를 잡아끌고 져만치 떨어져서 무엇인가 정색을 하며 ‘기’ 에게 당부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듣고 있던 ‘기’ 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신호를 보내고 돌아서 오는 병선의 뒤에 따라오는 ‘기’ 의 표정이 이상야릇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것일까?) 오영은 두 부부가 출입구 안으로 사라질 때 까지 손을 흔들어 주고, 이내 ‘기’ 와 함께 아래층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병선과는 자주 만나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기’가 물었다. “아니요.......” 오영은 얼버무려 버렸다. 오영은 사실 병선을 환갑집에서 만난 뒤 7일 동안 하루걸러 한번씩 세 번을 만난 적이 있으나 아무래도 ‘기’ 에게는 숨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저어.......아까 공항에서 선생님하고 병선 씨가 따로 이야기 하시는 것 같았는데.......” 오영은 말머리를 돌렸다. ‘기’ 의 입 으로부터 이어질 다음질문이 두려워서였다. 그렇다고 적당히 둘러 댈 수는 없다. 평생 동안 거짓말을 안 하기로 마음속으로 맹세 했던 자신이 이제 와서 꺾인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아.......아?, 뭐 별거 아니오.......그냥 자기 없는 동안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라고 해서.......” (아아......?, 그게 아닌데.......) 아까의 그 표정은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자기 없는 동안에 는 맞는다.......그 다음은?.......그 다음에는.......) (아!......바람피우지 말아요!......가 맞다!) (으흠!......그게 맞아.......호호호) 오영은 마치 어려운 퀴즈게임의 답을 알아 낸 듯 마음속으로 웃었다. 차가 금방 외곽순환 도로를 타고 ‘기’의 집 앞에 다다랐다. “내리시지요!” “고마워요. 오영 씨.......참! 우리 어디 가서 차 한잔마시고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렇게 하시지요.” “저기 큰길가에 나가면 커피점이 있는데.......” “네” 오영은 그래도 병선과 ‘기’의 관계를 좀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기회가 잘 됐다고 생각했다. 만나면 관심을 가지고 있던 병선의 모든 것을 더 소상히 알 수가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둘은 도로변에 있는 2층 단란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대 낯은 술손님이 없어 차를 파는 집 이었다. 둘은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가 자신들의 신분에 관한 이야기로 들어섰다. ‘기’는 병선을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둘은 큰길을 사이에 두고 동은 다르지만 서로 마주보이는 이웃에 살면서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늦게나마 서로 만나, 외로움을 달래고, 얼마 남지 않는 생애를 즐겁게 살아가자고 맹세한 사이라고 했다. 그토록 병선이 좋았고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표현까지 했다. 아까 공항에서 병선과 나눈 이야기는 오영의 예상대로 「나 없는 사이 바람피우지 마!」였다고 하였다. 그만큼 둘 사이는 가깝게 지내고 있었던 것 이었다. (그 틈에 내가 끼어들다니.......) 그리고 병선은 손윗사람을 좋아해서 손아랫사람은 깊이 사귀질 않는다고 도 했다. 오영은 이 늙은이가 자기를 앞에 놓고 병선과 친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병선 씨를 자주 만나시나 보죠?” “그, 선생님 자 좀 빼고......” “그래도 아직은 어르신을 형이라 부르기는 어색한데......” “일전에 우리 같이 어울리기로 했지 않소?” “그래도......” “아무렴 어떻소.....?,” “병선 씨가 무척 좋으신가 보죠?” “하!, 그럼요.......난 병선이 없으면 죽우!......어떤 땐 심하게 장난을 치다가 마나님한테 들키기도 여러 번, 그래도 제수씨는 다 이해해줘요 그만큼 우리 사이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사이 유......” “네~애!?” 오영은 ‘기’의 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물론 그때그때 변명은 했지만.......그래도 제수씨가 그걸 이해하기 망정이지.......어떡하우?, 그래도......” ‘기’의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었다. “요즈음은 취직해서 그 애가 직장에 나가고부터는 좀 자제하기는 해도.......” 이제는 아주 그 애로 까지 표현하고 있는 것이 오영의 귀를 자극했다. 얼마나 다정하고 친근감을 주는 표현인가......? “그럼 선생님 사모님은요?” “ 응, 우리 집 여편내?......, 난 우리 집사람 하고는 담 쌓았쑤, 벌써 오래 됐는걸......” ‘기’는 어느새 고개를 들어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본다. 그의 얼굴에 수심이 잔뜩 서려온다. 오영은 공연한 말을 꺼냈나 싶어 더 이상의 질문은 안하기로 했다. “저어.......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일어나시지요......?” “그럴까?” 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는 병선을 떠나보내고 나서 마음이 허전했다. 이 젊은이와는 처음 만나고 있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단정한 예의바른 이 젊은이에게 갑자기 호기심이 났다. “저기......” “네?” 층계를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에 ‘기’가 오영을 불러 세웠다. “우리 처음 만나서 이러면 안 되는 줄은 알지만 이대로 헤어지기는 섭섭하니 우리 어디 가서 좀 쉬었다 가면 어떨까?” “.......?”
2026-08-27
나의 백일장
박씨아저씨 9 (펌)
병선의 환갑잔치는 동네에 있는 식당 이층을 얻어 뷔페 식으로 이루어졌다. 한복차림의 두 아들이 번갈아가며 병선과 그의 처를 업고 손님들 틈을 돌며 즐거움을 과시했고 두 딸들 역시 아름답게 한복을 입은 자태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손님들로 꽉 들어찬 실내는 기생들의 장구 소리와 창이 어우러져 구성지게 흥을 돋우고 있었고 병선은 손님들의 테이블을 돌며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참석해 준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홀 한쪽 모퉁이에 어색하게 쭈그리고 앉은 ‘정’에게로 갔다. “어이!, 정 기사님!, 고마워요!,......안 올 줄 알았는데.....참!, 이리와요!” 병선은 어색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정’을 데리고 ‘기’와 ‘호’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갔다. “어!,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어이구!, 오셨구먼.......이리와 앉아요!” 기가 반가운 듯 악수를 청한다. “저기.......인사하지!, 박X호! 이쪽은 정 오영.......” 오영은 의아한 듯이 바라보는 ‘호’의 앞에 손을 내민다. ‘호’는 당황한 듯 얼떨결에 오영의 손을 잡으며 어쩌면 마음속으로 이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자신과 라이벌이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오영 역시도 ‘기’와 함께 나란히 앉은 ‘호’가 병선과는 보통사이가 아니란 것이 짐작이 갔다. “그래, 식사는 햇수?” 기가 입을 열었다. “네, 저쪽에서 먹었어요.” “일전엔 실례가 많았소!......용서하구려?” “원 별 말씀을.......택시 하다보면 그보다 더한 별의별 사람들이 많아요......그래도 아저씨들은 양반이세요,” “허허!, 젊은 분이 도량도 넓구려,......그래, 한동네 산다고 저 쥐새끼가 전화했습디까?” “아!, 아니요,......왜 그때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아!, 그랬나?, 웬만하면 우리와 어울려요......그렇게 좋은 일도 없을 테지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오영과 ‘기'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호‘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물끄러미 딴청을 부리고 앉아 있었다. 오영은 더 이상 앉아 있기가 거북했다. “저.......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니!, 벌써 가게?” “일하다 말고 왔어요.......연락드릴게요.......즐겁게 놀다 가세요.” 자리에서 일어서 문 밖으로 나서려는데 어느새 병선이 배웅을 나왔다. “이것 봐!, 오영 씨!, 벌써 가려고?, 고마워......., 나 취직했으니 놀러와!, 대한극장 근처 빌딩인데 쉽게 찾을 수 있어......!, 한번 꼭 와줘!, 응?” 병선은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오영에게 말을 던진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잔치에 초대해 줘서.......” 오영은 층계를 내려와 자신의 차가 세워진 주차장으로 갔다. 가면서 생각했다. 재명이 형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만났을 때 이미 언질을 주었지만 그래도 미안했다. 전화할까 하다가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할 것 같아서 만나서 용서를 구하면 그뿐일 것 같았다. 오영은 나이 사십을 먹도록 결혼을 한번도 하지 않은 숫총각이다. 이럭저럭 나이를 먹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사십 줄에 접어든 것이다. 나이 사십이면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던가?, 그래도 오영에게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전에 없었던 조바심과 공허한 마음이 고무풍선처럼 점점 더 부풀어 오를 뿐이었다. 오영은 십수 년 간 택시를 하면서 나름대로 자기 식성에 맞는 사람을 골라 그래도 한번씩은 전화를 주고받았던 사람이 꽤 되었다. 핸드폰 기록장치에 기록한 사람만 해도 오십 명은 되었다. 그러나 정말로 존경심을 가지고 만난 것은 재명이형 하나뿐이다. 평택에 계신 스님 한분과, 경기도 모처에 계신 복지원 원장님, 미아리에 계신 초등학교 퇴임 교장 선생님, 안양에 사시는 고등학교 퇴임 교장 선생님 등이 그중에서 가장 친근감을 가지고 존경스러운 분들이지만 재명이 형처럼 스스럼없이 지낼 만큼의 수준은 못 되었다. 더구나 그들은 허심탄회하게 성적 즐거움을 나눌만한 상대는 되지 못했다. 가끔 만날 때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슬그머니 곁눈질을 해서 그 어른들의 성기를 보는 기회는 있었지만 그래도 재명이 형만큼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처지는 못 되었다. 존경하는 순서를 놓고 굳이 서열을 따져 본다면 재명이형이 물론 첫째이고, 2. 복지원장, 3. 스님, 4. 초등학교장, 5, 고등학교장 순으로 좋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가면서 택시 손님을 목적지까지 모시고 가다가 갑자기 복지원 원장님이 생각이 났다. 전 국영. 충청도 온양 변두리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유교를 철저히 숭상하는 완고한 부친 밑에서 자라났다. 당시 박정희 이전에는 일차산업 시절이라 한때 농업고등학교 출신들이 판을 치던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충청도 예산의 한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아버지의 강력한 권고도 뿌리치고 정부의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스위스의 한 기독교재단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귀국하여 고향에 돌아왔으나, 아버지는 그를 예수쟁이로 몰아붙여 집안에 발도 못 붙이게 하였고, 결국 어머니의 주선으로 경기도 모 사회복지원(국가지원) 근처에 단칸방을 얻어 교회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식도 못 올린 채 동거를 시작했다. 당시 사회복지원은 국가 지원이긴 하지만 정식 입법이 된 복지원은 아니었고, 박정희 시절 명분만 갖춰오다 전두환 시절 올림픽을 대비한 준비기간을 배경으로 법인체 등록이 되어 비로소 정식 양로원이 된 곳에 원장이 되었다. 박애정신에 한껏 길들여진 그는 세상만사를 모두 사랑으로 해결하고 아가페적인 내리 사랑을 베풀어 자기희생적 사고로 살아가는 신분이 되었다. 원생이 그럭저럭 6, 70명이 되었으나 한결같이 자식 붙이가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여자들도 입적을 하였다. 정관과 원규를 엄격히 정하여 수시로 점검한 관계로 큰 무리 없이 지냈다. 갓 결혼한 아내는 단칸방 신세를 마다하고 친정집으로 가겠다하여 셋방을 빼고 서울 집으로 이사해서 전 국영은 주말 부부가 되었다. 6, 70명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원생들이 엄격하게 따라 주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지내게 되었다. 이따금씩 원생들끼리 싸움이 벌어져서 고성방가를 하거나 술, 담배를 몰래 피우는 이들에게는 별도의 방에 수감을 하여 2~3일씩 구류를 시켜 진정시키기도 하고, 따뜻한 말씨로 계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의 외로움이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일주일 내내 찾아오는 외로움을 달래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던 어느 일요일 저녁. 아침에 서울 처갓집에 내려가 내일에 있을 새벽 출근 가방을 챙기던 국영은 뜻하지 않은 원으로부터의 전화가 걸려왔다. 숙직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원생 하나가 고열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는 것이었다. 국영은 그길로 급하게 집을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OO으로 갑시다.” “네에~.” “되도록이면 급히 좀.......!” “알겠습니다!.......손님!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 생겼습니까?” “그런 일이 좀 있어요!, 직장에 환자가 생겨서.......” “네에~.” 오영은 백밀러를 통해 가로등 라이트에 이따금씩 비치는 뒷좌석에 앉은 국영의 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다본다. 오영의 눈에 비친 국영의 모습은 조용하면서도 촌티가 나고 깔끔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수심에 잠겨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가끔씩 창밖을 내다보며 들릴 듯 말 듯한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손님!, 뭐,.......걱정거리라도 있으신가요?” 한 삼십분쯤 달렸을까 차가 산업도로로 진입하자 오영이 입을 열었다. “아!, 아니요,. 걱정거리라니요,.......허허,. 왜 제가 그렇게 보이나요?” “너무 조용하셔서요, 그래도 장거리 가시는 손님들은 무슨 이야기든 꼭 한마디씩 하시거든요!,” “아!, 그래요?” “손님은 타신지 삼십분이 지나도록 한 말씀도 안 하셔서 드린 말씀인데, 혹, 기분 나빠하진 마셔요.” “허허!......기사님과 제가 가는 길이 다르고, 처음 만난 사인데, 무슨 이야기를 합니까?” “그래도 다른 손님들은 나름대로 아무 얘기든 막 하시니까요.......정치하시는 분들 막 욕도 하고요, 세상 돌아가는 일, 하다못해 마나님 욕까지도 한다니까요., 하하....” “아, 그래요?” “퍽 내성적이시거나, 아니면 꼭 걱정거리라도 있으신 분 같아서요.... 왜?, 제가 잘못 뵈었나요?” “.......” 국영은 당돌하게 질문을 퍼붓는 운전기사를 앞에 놓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다. 자신의 육십 평생을 살아온 여정의 스토리가 실타래처럼 엉클어져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란 말인가......? “죄송해요, 기분 얹잖게 해드려서.......” “아니, 그게 아니고요.......혹, 기사님 연세가 어찌 되시오?” “말씀 낮추세요!, 이제 사십 갓 넘었는데.......손님은 한 육십은 넘으신 것 같고.......?” “맞아요!, 육십 셋이요.” “아!, 그러시군요.......그럼 제게는 아저씨뻘 되시네요?....하하” 차가 큰 도로를 벗어나 소도로로 접어들었다. 길다란 방직공장 담을 끼고 한참을 돌아 도착한곳이 「유료양로원」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둥근 노란 백열 가로등 밑에 희미하게 보인다. “기사님!, 수고 많았어요, 참!, 예까지 왔으니 안에 좀 들어가 잠시 쉬었다 가시지요.......?.” “네에!?.......안에를요!?” 오영은 순간적으로 마음이 솔깃해졌다. “그럼, 그렇게 할까요........실례가 안 된다면?” 국영이 간판이 붙은 시멘트 기둥 정문에 달린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후래쉬를 든 사람이 급히 뛰듯이 나와 철제 대문을 연다. 국영의 방은 한옥으로 된 일본식 마루 바닥으로 되어 있고 책상 위에는 두툼한 서류와 자개로 된 「원장 전 국영」이란 한문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명패가 빛나고 있었다. 국영은 오영에게 잠깐 기다려줄 것을 당부하고 숙직자와 함께 삼층 건물 안으로 급히 사라졌다. 이제나 저제나 10분을 기다려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오영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오 분만 더 기다리다가 안 오면 그냥 갈 작정으로 서성대다가 책상 뒷벽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의 제목을 훑어보았다. 한결같이 무슨무슨 사회복지학 책이 대부분이었고 ‘캐어’ ‘호스피스’ 등 낯모르는 이름의 책들로 채워져 있었다. 오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서 문을 열고 막 나서려는 찰나에 안에서 헐레벌떡 전갈이 왔다. 원장이 병원에서 돌아온 환자를 돌보고 있으니 다음에 꼭 전화를 하고 찾아와 달라는 당부와 함께 명함을 전해온 것이다. 오영은 손에 든 명함을 불빛에 잠시 비춰보고 간단한 목인사를 하고 돌아서 나왔다. ‘전 국영’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영이지만 이만한 한문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국영의 한문 이름은 나라국자에 ‘꽃부리 영자(英)’고, 자신의 이름 영자는 ‘길 영(永)’자이다. 돌아 나오면서도 인자하게 생긴 그 원장의 수심에 찬 얼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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