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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혁이와 함께 살게 된지 일년 째. 준혁이는 여전히 말잘 듣는 착한아이긴 했지만 15살이 된 지금 녀석에게도 어김없이 사춘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얼굴에 하나 둘씩 여드름이 나기도 하고 어디서든지 눈치도 안보고 훌렁훌렁 벗어재끼던 녀석이 이제는 화장실에 가서 탈의를 한다거나. 가끔 학교 갔다와서 툴툴거리거나 하는 정도였다. 사춘기라는게 찾아온다 하고 말하고 찾아오는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학교에서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하며 걱정했지만, 몇번 겪고나자 사춘기가 온거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더군다나 요즘은 유도부 활동 때문에 거의 귀가도 나와 비슷하게 하는 일도 잦았고 어떤때는 주말훈련이라는 이유로 나가기도 했으니. 녀석이 달리 스트레스를 풀만한게 없을 터였다. 유도는 역시 그 체육선생의 안목이 제대로 였는지 준혁이는 빠른 속도로 익혀나가고 있었다. 키도 성장하고 이제는 제법 근육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역시 운동한 태가 나서 중학교 2학년생이라기엔 참 몸이 좋았다. 녀석은 부끄럽다며 잘 안보여주긴 했다. 준혁이에게 유도를 권한 건 나였지만 종종 힘들어 할 때마다 내가 괜한걸 권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친구들과 나가서 놀고 해야할 시간에 녀석은 훈련에 매진해야 했으니까. 종종 다쳐서 오기라도 하는날에는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준혁이는 싱긋 웃으며 이정도는 별것 아니라며 털어 넘겼다. 대견한 녀석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리광을 부릴 때를 보면 얘가 다 큰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어린애 같기도 하고 사춘기란 미묘한 시기였다. 7월 하순.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다른 아이들은 여름방학의 시작으로 잔뜩 들떠있을 무렵 준혁이는 얼굴에 불만이 잔뜩 끼어서는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이게 뭐야? 하계 합숙 훈련 동의서...? -아~짜증나. 유도부는 여름방학도 없고 불타는 지옥훈련만 있을거래. -...방학이 있긴 있네 일주일 뿐이지만. -아저씨도 참. 그 일주일은 학교 숙제하라고 주는 일주일이야. 너무 하지 않아? 유도부는 숙제라도 좀 빼주지! -하하.. 정말이지 자비가 없구만. -그러니까! 아무튼 동의서라고 해놓고는 그냥 협박이야. 안하면 죽이겠데. -그 체육선생이 그래? -아니...뭐... 그런 느낌으로 말했다는거지. 아무튼 동의서 싸인이랑은 상관없이 유도부 전원참석할거야. -유도부 친구들하고 한달동안 캠프갔다 온다고 생각해. 여기 공기도 좋은 곳 같은데 요즘 훈련 한다고 아저씨하고 여행 못간지도 꽤 됐잖아. -여행 안가도 돼. 나는 아저씨랑 있는게 좋은걸. 녀석의 돌직구에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지면 안되는건가? 안되지... 파릇파릇한 중학교 2학년이 아저씨랑 같이 있는걸 더 좋아해서야...안되는 일이지. -지금은 가기 싫어도 막상 가보면 재밌을 거야. 친구들이랑 같이 먹고 자고 하는 것도 다 추억이 된다니깐. 그러고 보니 준혁인 친구집에서 자고 온적도 없잖아? -아...그랬나? 나는 그 말을 뱉고 나서 아차 싶었다. 준혁이가 몇차례 가출을 했을때 친구집에서도 지낸적이 있다는 걸 떠올렸으니까. -나야 뭐 친구들하고 지내서 괜찮지만 아저씨 너무 심심하다고 자꾸 전화하는거 아니야~? 킥킥 준혁이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묻는다. 짜식 귀엽다. -나는 앗싸 드디어 혼자구나~ 하면서 좋다고 하겠지. -헐~ 진심? 녀석이 웃는 얼굴을 싹 바꾸고는 그렇게 묻는다. 나는 그 반응이 더 귀여워 준혁이를 끌어안았다. -당연히 준혁이가 없으면 쓸쓸하지. -쑥쓰럽게 갑자기 안지마아~! 준혁이는 부끄러워서 그렇게 말은 하지만 안고 있는 나를 뿌리치지는 않았다. -나 없을때는 인호형 집에 불러도 돼. 나는 안고있던 팔을 풀고 녀석의 얼굴을 봤다. 준혁이는 나랑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귀가 빨갛다. 나는 2초정도 잠깐 생각하다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쓸쓸해줄까봐 신경써주는거야? 짜식~. -그,그냥 심심하면 불러도 된다는 얘기야! 머리 만지는 건 그마안~! 내가 머리를 헝클어뜨리자 녀석은 이제 내 손을 피한다. 나는 머리 만지는거 좋아하는데... 이제 녀석도 컸다고 이런건 별로 안좋아하나보다. 아쉽지만 이젠 그만 해야되나. 그리고 4일 후. 늘 학교 바래다주기 위한 시간대에 일어났더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이곳까지 셔틀버스가 와서 태우고 간다니 내가 할 일이 없어져 버린 셈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빠뜨린 물건은 없는지 확인하고 먼저 나왔다. -그럼 잘 갔다와.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걱정마~ 주말엔 인호형 불러서 맛있는거 만들어 달라 그래! 인호형 요리 잘하잖아. -으이구. 알아서 할게요~!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 차가 골목을 돌아 안보일 때까지 머리위로 손을 흔들었다. -준혁이는 잘 갔어요? -어. 아마 지금쯤이면 도착했으려나? 점심먹고 시간이 조금 남아 인호와 옥상에서 커피를 마셨다. 준혁이에 대해서는 모든걸 공유하는 사이었기 때문에 인호는 준혁이 일부터 물어왔다. -한달간 준혁이 없어서 섭섭하시겠어요? 선배 준혁이 보고 싶다고 밤마다 울고 그러지 마요? -너도 준혁이랑 똑같은 소릴 하냐? -준혁이가 그래요? -어. 자기 없다고 매일 전화 하는거 아니냐면서 그러더라. -선배 또 아빠미소 된다. 이번 건 좀 질투해도 되죠? 예? 인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이것만 들어보고 질투해. 준혁이가 그래놓고는 나보고 너 집에 불러서 같이 놀고 맛있는거 만들어 달라고 하래. 하하. -오~ 장준혁. 내 의사랑은 상관없이 신인호 이용권을 선배한테 줬단 말이죠? 합숙 끝나고 뜨거운 만남을 가져야 겠구만 이거. -이제 만만치 않을걸? 준혁이 유도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가 보던데? -하긴. 얼마 전에 봤을땐 팔뚝 잡아보고는 언제 그렇게 굵어졌는지 놀랐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제가 중2한테 지겠어요? -거야 모르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인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볼에 바람을 넣는다. 근데... 귀엽다. 콩깍지가 씌여서 그런건가? -이제는 대놓고 준혁이 편을 들어주시네. 선배 섭섭해요. -편이라니. 너나 준혁이나 나한텐 같은 편이야. -그거 너무 당당하게 양다리라고 고백하는 거 같습니다? -풉. 그런가? -선배의 이 바람기. 제가 단단히 고쳐드려야 겠네요. 조금 아픕니다? 그 말을 하고는 내 엉덩이 사이로 손을 스윽 집어 넣는다. -푸핫. 큭. 야아! 고마해라~? 마이 뭇다아이가? -푸하핫. 살다살다 그런 어색한 사투리는 처음 들어보거든요? 성대모사 연습 좀 더 하셔야 겠네. 아무튼 지금 그만 할테니까 오늘 선배 집에 가도 되죠? -우리집? 준혁이 보내고 정리를 안해서 청소 좀 해야되고 지저분 할텐데... 인호는 미소를 거두고는 내 손을 낚아채더니 자신의 물건에 갖다대었다. 벌써 인호의 것은 완전히 힘이 든어 가 딱딱해져 있었다. -이 녀석 2주째 선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지나면 어떻게 돌변할지 책임 못집니다. 인호가 야릇한 눈빛으로 변한다. 나는 다른 한손으로 그의 귓볼을 잡으며 가볍게 입을 맞춘다. -그럼 퇴근할때까지만 참아.
    2026-04-29 소설방
  • 화려한 무복을 입은 한 남자. 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자신이 모시는 신들이 깃든 신상을 향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선녀신님… 장군님… 동자님… 말씀 좀 해주세요, 네?! 이게 말이 됩니까?! 네?!" 남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신들은 못 들은 척 헛기침만 할 뿐, 뒷짐을 진 채 슬그머니 등을 돌렸다.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그는, 고지식하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자신의 몸주신, 선관도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소연을 쏟아내자, 선관도사 역시 헛기침을 하며 외면하려 했다. 하지만 체면상 완전히 모른 척할 수는 없었던지, 마지못해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아! 그 망할 월하노인이 하늘의 명을 받아 이어준 걸… 내가 뭘 어떻게 해주냐, 어?!" 잠시 말을 멈추던 그는, 투덜거리듯 덧붙였다. "물론 나도 처음엔 어이가 없어서 밥상까지 엎었다. 그랬더니 다음 날 옥황상제한테 불려가서… ‘네가 뭔데 내 명을 거역하냐’고 혼쭐 날 뻔했지." 그리고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러니까 그냥 해." "아니?! 하… 씨… 진짜 어이가 없네?! 도사님!! 저 보세요, 저!! 저 사내잖아요?! 네?! 근데 이게 뭔데요?! 옥황상제께서 뭐 술 한잔 하시고 졸기라도 하셨답니까?! 아니면 월하노인이 치매라도 온 거예요?!" "이놈이?! 너 벌전 받고 싶냐?! 그냥 입 다물고 해!!" 선관도사의 벼락같은 호통이 떨어지자, 남자가 모시는 조상신과 다른 신들이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하나둘씩 멀찍이 떨어지는 모습에, 남자 역시 깜짝 놀란 얼굴로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 그렇게 할 말만 던지고 볼 일 다 봤다는 듯, 신들은 제각기 흩어져 사라졌다. 남자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았다. 그가 이토록 황당해할 만도 했다. 문제는 바로, 월하노인이 이어준 ‘인연의 붉은 실’ 홍선 때문이었다. 홍선이란 본디 강한 인연, 주로 연인이나 부부가 될 사이에만 이어지는 것인데… 그 실이, 하필이면 여자도 아닌 자신과 같은 사내에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휴!!" 짜증이 잔뜩 난 남자는 괜히 분풀이하듯, 자신이 앉아 있던 방석을 걷어찼다. 이어 신당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도사님… 안 그래도 오늘 손님들이 왜 이리 늦냐고..." "이모님!! 저 오늘 그럴 기분 아니니까… 예약 다 취소하세요." "예?! 그래도…" "어차피!! 점사도 안 나와요. 망할 영감 같으니라고…" 그는 자신을 보조하던 행랑어멈에게 짜증 섞인 말을 쏟아내고는, 곧장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어딘가로 향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행랑어멈과 다른 보조 일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야… 무당이 저렇게 행실이 경솔해도 돼? 요즘 유행하는 그 MZ… 뭐 그런 거야?" "그러게… 근데 오늘따라 왜 저렇게 열 받은 거야?" 수군거리는 일꾼들을 향해, 행랑어멈이 불타는 눈빛으로 쏘아보며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쓸데없는 소리들 하지 마. 그러다 벌전 똥물, 우리한테까지 튄다. 다들 말 조심 안 해?" 그제야 일꾼들은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이내 화가 잔뜩 난 손님들을 달래어, 하나둘씩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문태강. 그의 이름이었다. 외가가 대대로 강한 신줄을 타고난 집안이었기에, 그 역시 그 피를 물려받아 결국 박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죽기보다도 무당이 되기 싫었다. 하지만 지독한 신병을 앓고 나서야 완전히 두 손을 들었다. 결국 그는 어린 나이, 겨우 14살에 신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박수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28살. 무려 14년 차의 ‘프로’ 박수였다. 워낙 신줄이 강한 데다, 모시는 신들 또한 격이 높았다. 굿이면 굿, 부적이면 부적, 점사면 점사...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만능이었다. 그 덕에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손님이 몰려들었고, 신당은 늘 문전성시를 이뤘다. 자연스럽게, 돈도 쌓였다. 하지만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던가. 아버지 문종윤의 피를 이어받은 태강 역시, 한량에 가까운 양아치 기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모조리 흥청망청 써댔다. 명품, 값비싼 외제차, 고급 식사... 그리고 매달 바뀌는 여자들까지. 그야말로 방탕한 삶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벌전 한 번 제대로 내려오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무업만큼은, 완벽했기 때문이다. 그가 모시는 신들조차 어느 정도는 눈감아 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일처리는 확실했다. 물론 그것이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방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을 뿐. 그래서일까. 적어도 ‘돈이 걸린 일’에 한해서만큼은, 그는 누구보다도 진심이었다 "어휴, 좆 까라 해... 여지껏 막살았어도 벌전 한 번 안 받았는데, ㅋ." 그렇게 중얼거린 태강이 향한 곳은,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클럽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묵직한 베이스가 심장을 두드리듯 울려 퍼졌다. 쿵, 쿵, 쿵... 음악이 아니라 거의 진동에 가까운 리듬이 몸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짙게 깔린 조명 아래, 붉고 푸른 빛이 뒤섞이며 사람들의 얼굴을 끊임없이 바꿔 놓았다. 어둠과 빛이 번갈아 스치며, 표정들은 더 노골적이고, 더 솔직하게 드러났다. 술 냄새와 향수, 그리고 체온이 뒤섞인 공기. 숨을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살짝 어지러울 정도였다. 무대 위에선 몸을 맡긴 채 흔들리는 여자들, 그 주변을 맴돌며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는 남자들. 서로의 거리는 이미 의미가 없었다. 어깨가 닿고, 허리가 스치고... 그걸 굳이 피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선이 마주치면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훑는다. 마치, 말 없이도 서로가 원하는 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태강은 그 한가운데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 들어갔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냄새. 익숙한 분위기. 그에게 이곳은, 낯설거나 자극적인 곳이 아니라 그저 숨 쉬듯 자연스러운 놀이터에 불과했다. 태강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클럽 MD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셨습니다, 태강 님." 각자 손님을 응대하던 와중이었지만,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쏠렸다. 그중에서도 실장은, 막 대화를 나누던 손님에게 급히 양해를 구하고는 곧장 태강에게로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태강 앞에 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태강 님." 그의 태도는 노골적으로 공손했다. 단순한 VIP가 아니라, 건드리면 안 되는 손님을 대하는 태도였다. 태강은 그런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가볍게 고개만 까딱였다. "룸 비었어?" 짧고 건조한 한마디. 실장은 곧장 답했다. "네, 최상위 룸 비워뒀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이미 준비돼 있다는 듯한 대답. 태강이 이곳에 올 때마다 쓰는 돈, 그리고 만들어내는 분위기까지… 이 클럽에서 그의 존재감은 하나의 수익원을 넘어선, 권력에 가까웠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고, MD들과 실장은 자연스럽게 그의 뒤를 따르며 길을 열어주었다. 사람들 사이를 가르듯 지나가는 그 짧은 동선마저, 마치 무대 위를 걷는 것처럼 시선이 따라붙었다. 그렇게 룸에 들어서자, 태강은 자기 자리에 거만하게 몸을 던지듯 앉았다. 그리고 실장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이며 두둑한 현금 뭉치를 쥐여줬다. "오늘 보니까 물 좋던데... 알지?" 태강의 말에 실장은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오늘 물이 좋다며, 그중에서도 최상급만 모셔오겠다고 답하곤 재빠르게 자리를 빠져나갔다. 이윽고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의 여자들을 몇 명 데리고 돌아왔다. 태강은 만족스러운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비싼 술을 돌리고 분위기를 띄우며 여자들과 어울리려던 그때였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낮게 깔린 경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희미했지만 점점 또렷해지더니, 귓속이 아니라 머릿속을 직접 긁어대는 듯 울려 퍼졌다. 동시에 심장이 쥐어짜이듯 아파왔다. "아악?! 악... 씨, 씨  발... 뭐야 이거...?!" 숨이 턱 막혔다. 식은땀이 순식간에 등을 적셨고, 온몸이 저릿하게 굳어갔다. 마치 달군 쇠붙이로 몸속을 지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나 죽네... 어억?!" 태강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놀란 여자들은 비명을 삼키듯 입을 막고, 서로를 밀치며 황급히 룸을 빠져나갔다. 한참을 버티던 태강이 겨우 정신을 붙잡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본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곳엔 그의 몸주신인 선관도사가 서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어딘가를 향해 예를 갖추고 있었다. 그 시선 끝... 공중에 신령 하나가 서 있었다. "...하, 할배... 이게 뭐야...?" "이놈이?! 어서 예를 갖추지 못해?!" 벼락 같은 호통이 떨어졌다. 태강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죽을 듯한 고통을 억지로 참고, 그는 겨우 무릎을 꿇고 좌정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신령을 올려다봤다. 그제야 신령이 경문을 멈췄다. "야, 이 무지랭이들아. 니들, 옥황상제를 니들 말로 하는 병 신 좃밥으로 보이냐?" 거친 욕설이 쏟아졌지만 그 기세는 농담이 아니었다. "얼마나 빡치셨으면 나까지 내려보내서 벌전을 내리게 하셨겠냐, 어?!" 그 위압감에 눌리면서도 태강은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화난 건 알겠는데... 뉘신데요...?" "뉘신데요?!" "야!! 이 새끼야!!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선관도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신령은 혀를 끌끌 차며 선관도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관리 안 해?" "죄,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싸늘한 기류가 잠시 흐른 뒤, 신령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똑바로 일해라... 다시 오면 그땐 너도 각오해야 될 거다. 응?" 선관도사는 몸을 곧게 세운 채 깊이 고개를 숙였다. 다음 순간, 신령의 모습은 빛과 함께 스르르 사라졌다. 정적이 흘렀다. "아오... 죽겠네..." 퍽! "악?!" 선관도사의 발길질이 그대로 태강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태강은 바닥에 엎어진 채 신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눈을 들어 노려보려던 찰나, 선관도사가 손가락을 들어 눈을 찌를 듯 겨눴다. 그 순간 태강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떨궜다. 완전히 기가 눌린 채로. 태강이 눈치를 살피며 선관도사를 바라보자, 선관도사는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듯 손을 떨고 있었다. "...할배... 근데... 아까 진짜 뭔데..." "어휴... 내 잘못이다... 내가 잘못 가르쳤지... 넌 태백성군도 못 알아보냐?!" "태... 태백성군? 그게 누구..." 선관도사는 다시 한 번 태강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말했다. "이 새끼, 여자 밝히는 것만큼 공부 안 해?! 누구긴... 옥황상제 비서쯤 되는 분이지..." "...?" "아효... 쉽게 말한다... 옥황상제가 대통령이면, 태백성군은 비서실장이다... 알아들었어?" "...응... 근데... 그렇다는 건..." "이제 상황 파악 되냐? 대통령이 9급공무원따리인너한테 일 똑바로 안 하냐고 직접 갈군 거 아니냐, 이 새끼야... 어휴..."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한 태강의 표정이 굳었다. 신병 이후 처음 겪어보는 벌전... 그 고통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나 이제 뭐 어쩌라고...?" "뭘 어쩌긴... 앞으로 행동 조심하고, 홍선이 이어진 이상... 니 낭군 될 사람 찾아서 연을 맺어야지 뭐..." 선관도사의 말에 태강은 다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 할배... 이게 말이 돼?! 나 게이 아니야!! 나 여자 좋아한다고!! 여자 없이는 못 사는 몸인데 무슨 낭군?! 이 지랄이야!! 어?!" 선관도사 역시 이해 안 된다는 얼굴이었지만,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까라면 까야 하는 처지였다. "몰라!! 안 해!!" "이 새끼가?! 너 벌전 또 받고 싶냐? 아까 그것도 내가 태백성군 똥꼬 빨아서 겨우 제일 약한 걸로 받아낸 건데, 이번엔 제대로 지짐 당해볼래?!" "히익..." 그 끔찍한 고통이 겨우 ‘제일 약한 수준’이었다는 말에, 태강은 완전히 기가 죽은 채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럼... 어쩌라는 건데..." "...뭘 어쩌긴... 일단 인연을 맺고, 어떻게든 굴러가다 보면... 뭐... 해결되겠지... 높은 분 뜻을 일개 파견직이 어찌 아냐..." "하..." "그리고... 너... 이번 일 해결할 때까지... 점사도... 굿도... 부적도... 전부 금지라더라..." "엥?! 그럼 내 돈은...?!" "그러니까 잘 해보라고... 그 외는 뭐... 알아서 그... 요즘 니들 말로 알잘딱깔센 하라는데... 에효..." 그렇게 선관도사도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스르르 흩어졌다. 태강은 여전히 저릿한 몸을 겨우 끌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도저히 운전할 상태가 아니라 대리를 불러 집으로 돌아왔다. 신당이 있는 집에 도착하자, 약하게나마 신기가 있던 행랑어멈이 그의 몰골을 보고 혀를 찼다. "...도사님... 그러니까... 적당히 노시지... 기어이 벌전 받으셨네..." "이모... 나 오늘 기분 안 좋으니까 그냥 냅둬요... 네?" "예이~" 약 올리듯 대답하는 행랑어멈이 짜증 났지만,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픈 탓에 더 이상 뭐라 할 기운도 없었다. 태강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 희미하게 이어진 ‘붉은 실’... 홍선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지... 일단 자고... 내일 아침부터 이거 따라가 보면... 누군지 나오겠지 뭐..."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그 붉은 실이 유독 선명하게 눈에 밟혔다. 그렇게 아침이 밝았다. 태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신단 앞에 앉아 점사를 볼 수 있게 해달라며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외면뿐이었다. 모시는 신들은 하나같이 눈을 피하며 몸을 사렸다. "아니?! 할머니!! 동자님?! 장군님까지?!" 신상들은 대답 대신 일제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른 척하겠다는 노골적인 태도였다. 태강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았다. 화려했던 생활도, 돈도, 지금까지 유지해온 삶 자체가. 결국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 희미하게 이어진 붉은 실... 홍선을 내려다봤다. 잠시 망설이던 태강은 결국 몸을 일으켰다. 답은 하나뿐이었다. 그 실을 따라가는 것. 태강은 차를 몰아 홍선이 이끄는 방향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외곽... 낡은 공장이었다. "씨 발..." 입 밖으로 욕이 새어나왔다. 딱 봐도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골치 아픈 일에 제대로 엮인 느낌이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괜히 섣불리 움직였다가 더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결국 그는 차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하루 종일. 지루함과 짜증, 그리고 묘한 불안감이 뒤섞였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건 따로 있었다.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남자가... 남자랑? 생각할수록 속이 뒤틀렸다. "...하..."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어느덧 밤이 내려앉았다. 시계를 보니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그때였다. 손목에 묶인 홍선이 미세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태강의 시선이 번뜩였다. "...온다." 그는 창문을 살짝 내리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공장 문이 열리며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태강은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봤다. 그러던 순간... 홍선이 이어진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뭐...?" 하지만 그의 시선은 그 남자의 얼굴로 향하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보인 것이 있었다. 그 남자의 등뒤..., 검게 뒤틀린 형체 하나가 낮게 엎드린채 기어오고 있었다. 자살귀였다. 거리는 대략 열 걸음 남짓. 이미 위험한 수준이었다. 자살귀는 멀리서부터 서서히 붙어들어 가까워질수록 숙주의 정신을 잠식한다. 그리고 결국 어깨 위에 완전히 올라타는 순간, 그날로 끝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가장 악질적인 악령. 태강의 표정이 굳었다. "...와..." 하필이면. 하필이면, 저게 붙은 놈이라고? 태강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단단히 골치 아픈 일에 엮인 게 분명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몸주신인 선관도사를 불러냈다. "할배... 저거 분명 자살귀 맞지?" "맞네... 맞아... 그것도 아주 독한 놈이야..." 선관도사가 혀를 끌끌 차자, 태강은 이마를 짚으며 낮게 물었다. "...만약 저 놈이 자살이라도 한다면..." "그럼 너나 나나 다 끝나는 거지 뭐... 말 그대로 좆 된 거야." "...씨 발... 아오!!!" 태강은 괜히 분풀이하듯 차를 한 번 내리쳤다. 하지만 곧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결국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남자가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자, 생각보다 더 체격이 컸다. 족히 188cm는 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 큰 체격과 달리, 자살귀에게 기운을 빨리 고 있어서인지 얼굴엔 생기가 없었다. 창백한 피부, 초점이 흐릿한 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태강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어색하게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남자가 고개를 돌려 태강을 바라봤다. '아... 진짜 좆된 거 같은데...' 태강은 속으로 식은땀을 삼켰다. 눈빛이... 이미 반쯤 죽어 있었다. "저기..." "뭡니까..?" 차갑고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태강을 내려다보는 시선엔 감정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았다. 태강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음... 뭐 믿을진 모르겠는데... 지금 그쪽 뒤에... 좀 이상한 게 붙어 있거든...?" "..." 남자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이내 귀찮다는 듯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그대로 등을 돌려 통근버스를 기다렸다. "아니... 사람이 말하면 좀 보지..." 태강이 다시 한 번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 순간, 남자의 시선이 확 돌아왔다. 방금 전과는 달랐다. 당장이라도 무슨 짓을 저지를 것 같은, 날 선 눈이었다. 위아래로 태강을 훑어본 남자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몸에 두른 거 보니까... 그동안 꽤 등쳐먹은 사람 많으신가 본데... 사람 잘못 고르셨어요. 나 돈 없습니다. 꺼지세요." 처음부터 사기꾼 취급에 무례한 말투까지. 태강의 표정이 확 굳었다. 원래 성격 같았으면 바로 욕이 튀어나올 상황이었다. "도와주려 해도 지랄이네, 이 새끼는?" 순간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욱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 다시 가라앉았다. 고된 노동에 지친 탓인지, 더 상대할 기운도 없어 보였다. 이를 악문 채 한숨을 내쉬더니, 마치 빨리 끝내고 싶다는 듯 툭 던지듯 말했다. "...제가 미안합니다... 됐죠...? 그만하시죠..." 그 말에 태강도 순간 더 욱해서 받아치려 했지만, 그때였다. 시야 한켠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자살귀였다. 분명 열 걸음 정도 떨어져 있던 거리가... 어느새 여덟 걸음까지 좁혀져 있었다. 그것도, 꽤 빠른 속도로. "야!! 너 뭐 하냐!! 도우라고 했지!! 더 죽고 싶게 만들면 어쩌자고!!" 선관도사의 호통과 함께 옆구리에 충격이 꽂혔다. 태강은 숨을 꿀꺽 삼키며 통증을 억지로 눌렀다. 그리고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미안합니다... 피곤하실 텐데..."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걸, 태강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버스를 탔다. 문이 닫히고, 그대로 출발했다. 태강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이를 꽉 물었다. "...하..." 결국 차에 올라타, 통근버스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미행했다. 시선은 계속 앞차에, 그리고 그 안에 타고 있을 남자에게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어깨 위에 올라타기 직전까지 다가온... 자살귀에게... 그렇게 남자가 통근버스에서 내리자, 태강은 들키지 않게 거리를 두고 뒤를 밟았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걸어 올라갔고, 어느새 길은 점점 가팔라졌다. 낡은 계단과 비탈길이 이어진 달동네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즈음, 태강은 결국 발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헉... 어디까지 가는 거야... 존나 힘드네... 씨 발..." 뒤에서 울먹이며 숨을 헐떡이는 태강을 보며, 선관도사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러게, 진작 육신 수련 좀 하라니까 말 안 듣더니... 꼴 좋다, 이놈아." "아... 좀 닥쳐봐, 할배..." 겨우 숨을 고르며 이를 악문 태강은 다시 속도를 올렸다. 간신히 거리를 좁혀, 남자의 등을 시야에 다시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한 낡은 집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태강은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다가,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바로 들이닥치기엔 정보가 없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자살귀는 물론이고 그 남자까지 더 자극할 가능성이 컸다. 결국 태강은 방향을 틀었다. 집 담벼락 근처, 기운이 가장 눌린 지점을 찾아 섰다. "하..." 짧게 숨을 고른 뒤, 그는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손가락으로 바닥을 긁어 자리를 잡고, 낮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간단한 치성. 규모는 작았지만, 대신 집중도를 끌어올린 방식이었다. 주변에 깃든 터주신을 불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예였다. 잠시 후...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바람이 스치는 방향이 바뀌고, 피부에 닿는 감각이 한층 묵직해졌다. 반응이 온 것이다. "잠깐 좀 빌리겠습니다..." 태강은 낮게 읊조리며 시선을 집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의식을 억지로 끌어 올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시야가 아닌, 감각이 열렸다. 벽 너머에서 울리는 미세한 소리들. 발걸음, 옷이 스치는 마찰음, 숨소리까지... 흐릿하지만 분명하게 전해졌다. 터주신의 감각을 빌린, 일종의 도청이었다. 태강의 눈이 가늘어졌다. "...보자..." 이제, 저 남자가 어떤 놈인지부터 알아야 했다. "다녀왔어요..." 불이 꺼진 집 안... 남자는 익숙하다는 듯 문을 열고 들어섰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가 흔들리며 켜졌다. 부모였다. 기다렸다는 듯 촛불을 든 채 남자를 빤히 바라보더니,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왔다. "...잠깐 앉아볼래...?" 남자는 말없이 낡은 식탁에 앉았다. 생기 없는 눈으로 부모를 바라봤다. 잠시 뜸을 들이던 두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돈이... 없어서... 전기가 끊겼어..." 돈 이야기. 남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하지만 화를 낼 기운조차 없는 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 보면 돈 얘기가 먼저야...? 다녀왔니는...? 고생했다는...? 밥은 먹었냐는...?"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식탁 위에 놓인 공과금 청구서로 향했다. "...몇 푼 한다고... 이거 낼 돈도 없어...? 내가 저번에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내라고 준 돈은?" "..." "말 안 해도 알겠다... 또 술 쳐마셨겠지..." 체념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남자는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자살귀가 어느새 다섯 걸음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할배?! 저러다 진짜 좆 되는 거 아니야?! 못 막아?!" "이놈아!! 막아도 소용없어!! 당사자가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야 완전히 사라지는 거야!!" "아니 나도 아는데!! 잠깐 방해는 할 수 있잖아?! 어케 좀 해봐!!" 선관도사는 이를 악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공중에 빠르게 부적을 그리듯 선을 그어 올리더니, 결계를 펼쳤다. 순간, 자살귀가 튕겨 나가듯 뒤로 밀려났다. 순식간에 스무 걸음 밖으로.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자살귀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을 방해한 존재를 알아챈 듯, 기괴하게 입을 벌렸다.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사지가 비틀린 채 꺾였다. 끼득... 끼득... 소름 끼치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곤 다시, 천천히... 기어오기 시작했다. "잠깐 시간 버는 용도다..." 그 짧은 틈. 그 순간이었다. 늘 지쳐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남자의 입이, 갑자기 열렸다. "....하루 종일 공장에서 뼈 빠지게 일하다 보면... 무슨 생각 드는지 알아?" 부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서로 눈치만 보며 그를 바라봤다. "아... 나는 사람이 아니구나... 그냥 일만 하다 녹슬어서 부서지는 기계구나... 이런 생각 들어... 알아?" 부모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기색은 없었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 나 아직 25살이고... 내 친구들 보면... 다들 인간답게... 그 나이답게... 힘들어도 웃으면서 살더라..." "..." "근데 난 아니야...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는데...?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면 뭐해...? 아빠가 사업하다 말아먹은 빚... 이자 내고... 월세 내고... 식비에... 교통비... 그러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웃기지?" 부모는 슬슬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듣기 싫다는 기색이 노골적이었다. "하... 씨... 진짜... 듣고 있어요...? 둘 다 내 말 듣고 있냐고?" 기어이 욕설이 섞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하아...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난... 평생 이렇게 병 신처럼 살아야 된다는 거야... 내가 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왜?!" 감정이 터졌다. 분노, 허탈, 절망이 뒤섞여 목소리를 갈라놨다. "막말로... 내가 사업하라고 했어...? 그 똥을 왜 내가 치워야 되는데 왜!! 나도... 나도 사람이야... 나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아..." 그 순간, 남자의 아버지가 벌떡 일어났다. "야!! 성새벽!! 너 말 다 했어?! 뭐?! 똥?! 야 이 새끼야, 가족이 뭔데?! 어?! 여태까지 키워주고 먹여줬으면 너도 가족 위해서 뭐라도 해야 되는 게 도리야!!" "그래... 새벽아... 그래도 우리가 네 부모인데... 어쩜..." "..." 너무나도 뻔뻔한 말들이었다. 새벽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허탈한 웃음이었다. "하... 그렇네... 내가 잠깐 착각했네... 아무리 병 신 같아도... 자식이면 당연한 거지... 하... 그렇지?" "...당연하지." 그 말에, 새벽의 눈빛이 완전히 식어버렸다. "그래...? 당연하지... 그럼 나 이제부터 당신들 자식 안 할게... 때려친다." 그는 곧장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짐이라 해봐야 별것 없었다. 낡은 옷 몇 벌, 작업복 몇 개. 그것뿐이었다. 모든 걸 쓸어 담듯 챙긴 뒤, 문을 거칠게 열었다. 쾅! 문이 부서질 듯 닫혔다. 새벽은 그대로 골목을 걸어 나왔다. 목적지도 없이, 그저 발이 가는 대로.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살귀가 다시, 조용히... 천천히... 그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고 퍼왔습니다.        저작권 : 마늘바게트 님. ============================
    2026-04-29 소설방
  • 안녕 마산에 있는 허심청 후기를 써보려고해 내가 2년 간 네 번 가는동안 총 이반 - 일반 - 이반 - 이반  이렇게 바뀌었고  이번에 또 새로 바꼈대서 다녀옴. 바뀐 게 11월 쯤인가 작년 아무튼     우선 난 20대 후반의 통근육타입이고 (자게에서 싫어하는 돼지부류지만 그래도 운동 열심히 한다 ㅎ) 주말에 방문을 했어 아저씨 외형은 그냥 170에 6x 나이는 50대는 넘어보였음  그리고 상커플 있으시고 어차피 난 대딸만 받으면 돼서 식이고 나발이고 상관 없었지   처음에 몸을 불리고 아저씨를 호출했어 세신대에 누우니 바로 커튼을 치시더라고 ㅋ 촉이란 게 있으신듯   암튼 세신을 본격 적으로 시작 난 발기가 안돼있는데 아저씨는 이미 풀발기가 되셨더라고 손을 밀면서 밑으로 점점 내려가는데 젖꼭지를 조금씩 터치하기 시작   일반인지 이쪽인지 보려는 눈치였어 그리고 내가 사타구니 밀릴 때 쯤 풀발기가 됐지   그리고 풀발기가 되니 본격적으로 만지기 시작하시고 자기 풀발기 된 자지를 내 손에 자꾸 갖다대셨음 그래서 나도 만지니 애널까지 만지기 시작하심   여기서 이제 갑자기 "건강세신 받으셔야겠네" 라고 말슴하시더라고 근데 ㅋㄴ 건강 세신이 4.5인가 5만원인데 너무 비싸서 ㅋㅋ 그냥 특세신 3짜리 받는댔어 자게에서 돈 밝힌다는 소리가 이런 소린가 싶었지    그리고 뒤 돌았을 때 등 밀고 발밀고 세신을 끝내셨고   비누칠을 해서 ㅇㄴ 안에 손가락으로 마사지를 부드럽게 해주시면서 손를 넣으셨음 대부분은 비누 때문에 따가웠을텐데 그런게 없어서 좋았고 자지랑 애널 동시에 마사지하면서 아주 황홀하게 해주심    그리고 바로 누워서 직접 해주시다가 난 내 손으로 싸야해서 손으로 흔들기 시작했지 근데 세신 중에도 오랄이나 그런건 안해주시고 내가 오랄하면서 싸고 싶었는데 팬티 벗거나 그러진 않으셨음  그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유두 마사지 받으면서 엄청 분출했음   얼굴 까지 튀었고 좋았어   시간은 엄청 짧게 잡으시는 거 같아 첫 이반 세신사분은 거의 한시간 가량 해주셨는데 ㅠㅠ 이분은 20분컷?   암튼 점수를 짧게 매기고 얼른 도망가볼게 글이 개길어졌네 세신 점수 8/10 꽤 만족 ㅇㅇ 대딸 점수 7/10 애널 마사지 점수 8/10   단점 : 담배냄새 초반에 약간 남, 팬티 안 벗음, 첨부터 완전 고액불러서 부담, 시간 짧음    그래도 보통 시간이 짧으면 성의도 없을텐데 그런 느낌은 또 아닌지라 ㅋ    그럼 이만 ㅋ 돈 많이 버시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가서 세신좀 받아봐 ㅎ 
  • 벗어가면서 울산 지역 홍보해야 화제가 된다니..  
    2026-04-29 익명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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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음주 운전자만 처벌 강조를 하는데 졸음 운전, 약물 복용자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음주 운전 살인도 6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죽은 분만 억울하네요.  
    2026-04-28 익명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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