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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밤이 꾀나 늦은 시각이다. 지영은 우진을 기다리며 잠을 자지를 못하고 있었다. "늦었구나!" "아직 안 주무셨어요?" 우진은 어머니가 주무시지를 않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보고 어머니와 말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괜찮으시다면 얘기 좀 해도 될까요?" "그러자!" 우진은 자신의 방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들어간다. "지금 제가 어디서 오는 길인지 아세요?" "대충 짐작은 한다." "어머니! 아버지 말씀을 들으셨나요?" "그래!" 지영은 담담한 어조를 대답을 한다. 지금 아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같았다. "어머니의 허락도 없이 마음 대로 아버지를 만나서 죄송합니다." "그것이 나에게 미안한 일이 된다고 생각했니?" "네!" "우진아! 엄마는 너희들이 아버지를 만나고 다니는 것을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 어찌되었건 그 분은 너희들을 이 세상에 있게 해 주신 너희들 아버지시다. 엄마가 무슨 권리로 천륜을 막겠느냐?" "그래도 어머니의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 이미 나하고는 연을 다 한 사람이지만 너희들하고는 천륜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이 아니더냐? 네 아버지에 대한 어떤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다." 우진은 어머니를 가만히 응시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있지 않으신가요?" "너한테 이런 말을 해서 어떨까 모르겠다만 처음부터 난 네 아버지를 사랑해서 만난 것이 아니고 어떤 운명에 의해서 결혼을 하게 된 것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없이 만난 사람이 바로 네 아버지다. 그러기에 네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말을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것이다." "허지만 아버지 때문에 그 많은 고생을 하시고 수 많은 고통을 받지 않으셨던가요?" "그건 네 아버지 때문이 아니고 어떤 알수 없는 사슬에 묶었다고도 할 수가 있지! 처음 부터 네 아버지는 이 엄마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들기로 약조를 하고 결혼을 한 사람이었으니까." 우진은 어머니의 말이 모두 이해가 되지를 않았으나 그대로 잠자코 어머니를 응시한다. "아버지의 상태가 어떠하더냐?" "담당 의사선생님의 소견을 들었습니다. 이제 전혀 손을 쓸 수 있는 단계가 이미 넘었다고 하십니다. 간경화 말기와 위장에도 이미 너무나 많이 망가져 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대책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 우진은 잠시 아무 말없이 잠자코 있는다. 어머니는 이미 아버지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음을 확인한 터였다. 우진은 마른 침을 삼키고는 어머니를 바라본다. "어머니! 예진이와 저는 아버지를 잊고 살았습니다. 아니, 저는 아버지를 완전히 잊고 살았다고 자부해왔습니다. 오히려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다고 해야 맞겠지요. 어려서 매일 어머니를 때리고 가족들을 등한시 해온 아버지가 없어서 참으로 다행이고 편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께서 아버지 말씀을 하셨을 때 가 보지 않겠다고 큰 소리로 말을 할 수가 있었읍니다. 허지만, 허지만 말입니다. 초라하고 병들어 누워계신 아버지를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파옵니다." '그래! 네 마음을 이해를 한다." 지영은 괴로워하고 있는 아들의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어머니! 어머니만 허락을 하신다면 이 집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싶습니다." "...................." 우진이의 뜻밖의 말에 지영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 우진이도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를 한다. 이제 와서 어머니가 아버지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너무나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어머니를 더 이상 설득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싫으시다면 더 이상은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우진아! 엄마가 무슨 수로 네 마음을 막을 수가 있겠느냐? 허지만 엄마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겠다." "어머니! 허락해 주시는 것입니까?" "엄마는 네 마음이 그저 고마울 뿐이구나!" 지영은 아들의 그러한 마음이 고마웠다. 다 죽어가는 아버지께 마지막 효도라도 하고 싶어하는 우진이의 그런 마음이 더 없이 고마울 뿐이였다. 자신들에게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천륜의 정은 아들의 마음을 그렇게 이끄는 것인가 보다. "어머니!" "응?" "아버지의 일이 매듭이 지어지는 대로 어머니는 재혼을 하셨으면 합니다." "재혼?" "네! 권 사장님은 어머니를 사랑하시고 계십니다." "...................." "예진이와도 얘기를 해 보았었습니다. 우리는 어머니가 권 사장님과 재혼을 하시는 것이 어머니를 위해서나 우리 모두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너희들이 그런 말을 했었니?" "이미 권 사장님은 저희들에게는 아버지나 다름이 없으신 분이십니다. 더 이상 망설이지 마시고 재혼을 하셨으면 합니다." "그래! 너희들의 마음을 그 분께 전달을 하마!" 지영은 우진의 마음이 진실임을 느낀다. "이제 너무 늦었으니 그만 자거라!" 지영은 우진의 방을 나온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지영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갑작스런 전 남편의 출현과 우진이의 재혼 권유로 지영의 머리속은 혼란이 되어온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전 남편의 생명이 우진이의 마음을 더 성장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전 남편의 임종을 자신이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시어머니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자신이 지켜주는 것이 좋을 것이나 자신의 마음에 이미 오래전에 완전히 타인이 되어 버린 전 남편의 임종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허지만 어찌 되었건 그는 자신이 아이들의 아버지인 것이다. 지영은 결국 한잠도 이루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세우고 아침에 출근을 한다. "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 "아버지를 이 집으로 모시고 온다고 했다." "오빠! 정신 나갔어? 누구 마음대로 그 사람을 이 집으로 데리고 와?" "예진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낳아주신 아버지다.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에 우리가 보살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싫어! 난 못해!" 예진이는 우진의 말에 반대를 한다. "이미 어머니도 허락을 하신 일이니 아뭇소리 말거라!" "오빠! 그런 사람도 아버지라고 할 수가 있어?" "그보다 더한 사람이라 해도 우리를 낳아주셨으니 당연히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냐? 너보고 잘해 드리라고 하지는 않겠다. 그저 우린 조용히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 드리자." "난 못한단 말야!" "예진아!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자! 할머닌 평생을 우릴 이 만큼 키워주신 분이다. 그런 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우리가 우리의 본분을 다 하자는 것이다. 생각해 봐라! 말씀을 하지지 않으셨지만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겠니? 할머니껜 단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아니시냐?" 예진이는 우진이의 설득에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 진다. 우진은 그런 예진이를 남겨놓고 할머니와 병원으로 간다. "왔니?" 박기주는 어머니보다 아들을 바라보며 반색을 한다. "아버지! 퇴원을 하실겁니다." "퇴원이라니? 내가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애비야! 이 에미가 있는 집으로 가는 거다." "어머니! 제가 그곳엘 어떻게 갑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거라! 우진 애미가 이미 허락을 했다." "그래도 저는 못갑니다." 박기주는 지영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갈 수가 없었다. 이제 와서 지영에게 더 이상의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제가 어버지를 모시고 갑니다. 아무런 걱정을 마시고 제가 하자는 대로 가만히 계십시요." 박기주의 반대에도 우진을 퇴원 수속을 마치고 박기주를 아파트로 모시고 들어간다. "아니? 이게 누구야?" 송현숙은 박기주가 들어서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서는 거야?" "할머니! 제 아버님이십니다." "아무리 네 아버지일 망정 누구 허락을 받고 이 집에 들어서게 하는 거야?" "여긴 제 집입니다. 할머니께서 참견하실 일이 아니십니다." 우진은 송현숙의 그런 앙탈을 일언지하에 묵살을 한다. "너 누구 마음대로 하고 있는거냐?" "왜요? 여기가 할머니 집인 줄 착각하시지 마십시요. 어머니께서 이미 허락을 하신 일입니다." "어이구! 저 놈이 이제 나를 무시하네! 어이구 억울해서 내 못산다........" 송현숙은 우진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악을 쓰며 발악을 한다. 그러나 우진은 그런 송현숙은 개의치를 않는다. 우진이 점점 성장을 하면서 어머니나 할머니를 너무나 웃습게 보며 멸시를 하는 송현숙에게 바른 소리를 하면서 그녀의 성격에 맞 도전을 하는 일을 자주 하곤 한다. 우진은 박기주를 할머니의 방으로 모셔들인다. "아버지! 아무걱정을 마시고 마음 편히 계셔야합니다." 노연희의 마음은 세상을 다 얻은듯 기쁨에 부풀어 있었다. 다 죽어가는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거둘 수가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좋은 일인지 송현숙이 뭐라고 하든 귀에도 들어오지를 않는다. 이 집은 엄연히 며느리의 집인 것이다. 송현숙이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우진은 송현숙의 방으로 간다. "할머니! 이제 그만 트집을 잡으십시요. 이 곳에는 더 이상 할머니의 트집을 받아 줄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제 아버지가 와 계신 것에 대해서 더 이상 관섭을 하시거나 트집을 잡으신다면 이제는 저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이놈아! 네 놈이 보고 있지 않는다면 어찌할 것이냐?" "네! 저도 할머니로 대우를 해 드리지 않고 할머니의 따님이 계시는 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뭐야? 저.....저놈이?........." 그러나 송현숙으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제 아이들이 다 컸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또한 이곳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미치자 새삼스럽게 자신의 아들들이 생각이 난다. 어디에 있는지도 소식도 모르는 큰 아들과 외국에서 돌아오지 않는 둘째는 그렇다 치더라도 막내 아들은 제법 잘 살고 있으면서 이 어미는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송현숙은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꺼이 꺼이 울음을 터트린다. 그러나 누구 한사람 아는 척도 하지를 않는다. 송현숙의 울음 소리를 듣고도 노연희는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이미 노연희의 머리속에는 송현숙이 안중에도 없다. 박기주를 위해서 부지런히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음식이라고 해야 아무거나 먹지를 못하니까 죽을 끓이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영양가를 생각해서 각종 야채를 곱게 갈고 소고기와 버섯등을 갈아서 정성껏 죽을 마련한다. 얼마나 갈지 알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위해서 이나마 할 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노연희는 감격해 한다. 마지막으로 처자식들의 품안에서 눈을 감을 수가 있게 된 아들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애비야! 일어나서 이 죽이라도 먹자!" 노연희는 아들에게 죽을 떠서 먹인다. "어머니! 이제 그만 먹을게요." "아니다. 조금만 더........" 박기주는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해서 억지로 한 수저를 더 받아 먹었으나 더 이상은 힘이 든다. 노연희도 힘들어 하는 아들에게 더 이상은 먹이지를 못하고 눈물 만을 흘릴 뿐이다. "어떻게 하든 먹어야 살지!" "어머니! 너무 그렇게 애를 쓰지 마십시요.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어머님의 정성입니다. 이제는 마음이 편안합니다. 다만 여기서 더 바랄 것이 있다면 우진 에미를 만나서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 우진 에미도 시간이 있으면 너를 보러 들어올 것이다. 너무 그렇게 초조해 하지 말아라!" 그러나 지영은 좀처럼 그 방엘 들어가지를 않는다. 아니, 아예 박기주가 집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사람 처럼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며느리를 바라보고 있는 노연희의 마음은 그저 초조할 뿐이다. 그렇다고 입을 열어 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진지 잡수세요" 예진이는 할머니 소리를 빼고 송현숙에게 말을 한다. "이 방으로 밥상을 가져오너라." 송현숙은 앉자서 밥상을 받으려하고 있었다. 예진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문을 닫고 나가 버린다. 송현숙은 아무리 기다려도 밥상은 커녕 어느 누구도 들여다 보는 사람이 없자 방문을 열고 내다 본다. 집안은 죽은듯이 고요하다. 이미 아이들은 학교를 가고 없었던 것이다. 지영은 자주 집엘 들어오지를 않았다. 일이 바빠서인지 전 남편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지 어제 밤에도 지영은 들어오지를 않았다. 송현숙은 방에서 나와 집안을 둘러 본다. 이미 식탁은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송현숙은 노연희의 방문을 열어 제킨다. 노연희는 아들 박기주에게 죽을 떠 먹이고 있는 중이다. "밥상을 내 방으로 가져다 달라는 소리를 듣지 못한거요?" 노연희는 하던 일을 중지하고 거실로 나온다. "사 부인! 지금 이 집안에 사부인의 하녀를 둔 적이 있습니까?" 이제 노연희는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뭐요?" "내가 사부인의 몸종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그럼 나더러 부엌에라도 들어가라는 말이오?" "못하실 것은 무엇입니까? 엄밀히 말을 하자면 난 이 집에 시어미고 사부인은 친정 어미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흥! 아들이 아들 노릇이나 하고서 큰 소리를 치던가......" 송현숙은 노기를 띠며 악을 쓴다. "그럼 우진 에미가 댁의 딸이라도 된다는 말이오?" "엄연히 내 호적에 올라있으니 내 딸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이오?" '그래요? 딸 자식을 구렁텅이로 밀어버리는 어미도 있답디까? 내 자식놈이 인간이 아닌 망나니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해서 구렁텅이로 밀어버릴 때는 언제였소?" "자식놈이 망나니라는 것은 알긴 아시오?" "충분히 알고 있어요. 그러기에 나라도 우진 애미가 불쌍해서 자식놈 대신 마음으로 나마 아끼고 보살피려고 했던 것이였소!" "그런 망나니를 왜 이 집에 끌여들여서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말이요?" "그것은 그 쪽에서 상관할 일이 아니외다. 자식들이 아버지를 거두겠다고 하는데 누가 말리겠소?" "흥! 것도 애비라고!.........." "말 조심을 하십시요. 그쪽도 내 놓고 자랑할 만한 자식이 어디에 있답디까! 아들들이 있으면서 그래 이집에 얹혀서 있는 이유가 무엇이오? 내가 그 입장이라면 한데에서 잠을 잘 지언정 이 집에는 들어올 염치가 없을 것이오. 아무리 내가 속이 없는 모자라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제 더 그 쪽의 멸시는 더 이상 받지 않으리다. 이제부터 그 쪽이 알아서 밥을 해 자시든가 사서 자시든가 알아서 하시구려!" "무어요? 지금 나더러 부엌엘 들어가라고 하는 소리요?" "이보시요! 아직도 김 면장님댁 사모님으로 착각을 하시고 계시는 모양이오만 지금은 그 옛날의 사모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사시라는 말이오. 설사 그 옛날의 사모님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그 쪽의 하녀가 아닌 다음에야 일일히 밥상을 가져다 바치는 일은 없을 거요." 노연희는 그 말을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송현숙은 뒤를 따라 들어가려다 갑자기 다리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저런 하찮은 인간들한테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자 그대로 이 집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송현숙은 아침을 먹지도 못한 채로 집을 나선다. 집을 나온들 어느 누가 내다 보기를 하나 어디를 가느냐고 묻기를 하나....... 송현숙은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지숙에게는 여간해서 가지를 않는 송현숙이다. 허나 막상 나오고 보니 달리 갈 만한 곳이 없었다. 송현숙은 택시를 세워서 지숙의 아파트로 향한다. 아파트라고 해야 서민들이 사는 완전한 서민 아파트였다. 열 댓평짜리 아파틀 얻어서 살고 있는 딸의 모습이 보기도 싫거니와 너무 작고 좁아서 답답하기 때문에 좀처럼 찾아 오기가 싫은 곳이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송현숙의 이맛살은 찌푸려진다. 너무나 지저분하고 불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구나 오층 꼭대기까지 걸어서 올라 갈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이곳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고 초라한 아파드였다. 송현숙은 한계단 한계단을 힘을 주면서 올라간다. 숨이 턱에 닿는 것처럼 너무나 힘이든다. 겨우 오층까지 올라와서는 송현숙은 그대로 층계 참에 주저 앉아서 숨을 고른다. 한참 만에야 숨을 고르고 나서 몸을 일으켜 아파트을 벨을 누룬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얘가 벌써 어디를 나갔나?" 다시 한번 벨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송현숙은 잠시 그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대로 그냥 발길을 돌리려니 여기까지 올라온 수고가 너무나 억울했던 것이다. 잠시 후에 송현숙은 다시 벨을 누룬다. 혹시 아직까지 잠을 자느라고 못 알아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벨을 다시 눌렀으나 역시 반응이 없다. "이렇게 깊이 잠이 들었나? 어디를 나간 것인가........." 송현숙은 손잡이를 잡고 돌려본다. 의외로 문이 열리는 것이다. "문을 잠그지 않고 어디를 간 거야!" 중얼거리면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집안은 온통 아수라장이다.' "아니?.........." 방으로 들어서니 지숙이 엎드려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숙아!" 그러나 송현숙은 놀라서 딸을 건드리지도 못한다. 온통 피투성이고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입고 있는 옷은 거의가 찢겨져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이게 무슨 일이냐?" "엄마!" 그제서야 지숙은 서럽게 울음을 터트린다. "도데체 이게 무슨 일이냐?" "이게 다 엄마하고 큰 오빠 때문이란 말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냐?" "생각해 봐요. 그때 내 몫의 재산을 제대로 주기나 했더라도 내가 왜 이혼을 당하고 지금 이 꼴이 되느냐고요?" 지숙은 억울한 한 풀이를 엄마에게 퍼붓기라도 하듯이 악을 쓴다. "이제와서 지난 일을 탓해서 무엇을 하겠느냐? 그나 저나 너를 이 지경으로 만든 놈이 대체 어느 놈이란 말이냐?" 송현숙은 차마 지숙을 제대로 바라수가 없었다. 얼굴이 하나도 성한 곳이 없었고 방안 여기 저기에 지숙이 머리칼인 듯한 머리칼들이 한줌씩 널려져 있었던 것이다. "너는 가만히 맞고만 있었더냐?" "처음에는 대항을 했지만 그럴수록 더 기승을 부리고 때리는데 어쩔수가 있어야지..... 그 망할 놈의 새끼가 이제는 툭하면 때리고 부수고 지랄을 하니 하나도 성한 것이 남아 있는게 없다니까!" 지숙은 비로소 자신의 매무새를 보고는 머리를 대충 틀어 올린다. "이 놈을 그냥........ 내 오늘은 이 놈을 만나서 처 죽이든가 해야지....." 송현숙은 마치 눈 앞에 상대가 있는 것처럼 온갖 욕설을 퍼 붓는다. "그러기에 사람을 제대로 알고 사귀든지 해야지!" "처음엔 그런 놈인지 알기나 해요? 얼마나 자상하고 따뜻하게 해 주는지 사람을 홀리고 있는데 무슨 수로 안 넘어가요?" "이제 그만 헤어지지 뭐하려고 이토록 매를 맞아가면서 붙어 있는 거냐?" "오늘은 헤어진다고 했다가 이런 난리를 겪었어요. 죽어도 자기 곁에서 떠날수가 없다면서 이렇게 두두려패고 또 돈을 들고 나갔어요. 어휴! 이 육실할 놈 때문에 장사도 못하겠고....." "아이구! 집 구석에서 마음이 편하지 못하더니 나와서도 이런 꼴을 봐야만 하다니......." "왜요? 집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나는 이제 그 집에서 개 밥의 도토리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알아듣기 쉽게 말을 해 보세요." "그 망나니 녀석이 들어왔잖니! "망나니?........" "우진 애비라는 놈 말이다." "그 놈이 어떻게?" 지숙이도 덩달아 놈자를 붙이면서 맞장구를 친다. "다 뒈저 가는 것을 우진이가 어떻게 알았는지 그래도 지 애비라고 집으로 끌어 들였더구나!" "지영이는 뭐라던가요?" "자식이 하겠다고 하는데 어쩌겠느냐? 아마 그래고 서방이라고 생각은 난 모양인게지." "그년이 아직도 고생을 덜 한 모양이지? 조금만 있어봐라! 지 버릇 개 못 준다고 다시 옛날 버릇이 나올테니....." 지숙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마치 옛날에 그랬던것 처럼 박기주가 지영을 또 다시 괴롭히기를 바라는 표정이다. "이제 그 놈은 그럴 처지도 되지도 못한다. 의사들도 이미 포기를 하고 손을 들었나보더라. 그래도 애비라고 마지막 가는 길이나마 지켜보고 싶다는 것이 우진이 생각이 아니더냐!" "그렇게까지 심한 병에 걸렸어요?" "내가 보기에도 얼마 남지 않았어!" "천벌을 받아도 싸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그 놈이 오고서부터 누구 하나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를 않으니 정말 견딜 수가 없다." "누가 엄마를 그렇게 무시하고 그래요?" "누구랄 것이 뭐가 있겠니? 온 식구들이 모두 똘똘 뭉쳐서 그 놈에게만 온 신경을 쓰고 있으니 내가 그대로 거기서 살아야 할지......" 송현숙은 정말로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든다. "아무소리 말고 그냥 버티세요. 아무도 엄마를 내 쫓지는 못할 것이니까요." "어이구! 니 오래비들은 다 무엇들을 하고 있는겐지....." 송현숙은 아들들을 생각하니 부아가 치민다. "막내는 제법 잘 살고 있는데도 아는 척도 하지를 않고 있으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막내한테야 뭐라고 할 수가 있겠니? 그나마 네 큰 오래비가 전부 다 준 것도 아니고...." "아무튼 큰 오빠 때문에 우리 모두 남남이 되어서 살고 있어요. 그러고도 오빠라도 잘 살면 누가 뭐래요? 자기도 살지 못하고 우리도 모두 이 모양을 만들어 놨으니..." "그나 저나 네 큰 오래비는 어디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송현숙은 소식을 알 수가 없는 큰 아들에 대한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나 저나 아침이라도 먹여야 할 것이 아니냐?" 지숙은 몸을 일으키다 말고 소리를 지르며 주저 앉는다. "아이구! 처 죽일 놈! 사람을 어찌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어디를 갔다더냐?" 새삼스럽게 다시 화가 치미는 송현숙이다. 송현숙은 집안을 대충 치우고는 중국 집에다 전화를 걸어서 식사를 주문한다. 제대로 된 가구들이 하나도 없다. 두 모녀는 그대로 방바닥에 펼쳐놓고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식사를 한다. 송현숙은 이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비참한 심정으로 목에 음식을 넘기기는 처음이다. 자꾸만 음식이 목에 걸려서 넘어가지를 않는다. 딸의 모양새도 가슴이 걸린다. 너무 맞아서 온 몸이 아파서 제대로 웅신을 하지 못하는 딸의 모습이 가슴이 아픈 것이다. 송현숙은 며칠을 묵으려고 했던 생각을 버리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돌아 온다.
    2026-05-05 나의 백일장
  • 이제 지영은 각도시마다 각 백화점마다 매장을 가지고 있는 커다란 사업으로 번성을 하고있었다. 그녀의 체인점은 날로 그 수요가 늘어 나고 있는 추세였다. 거느리고 있는 직원의 수만 해도 이미 백여명이 넘을 정도였으나 그래도 손이 모자라는 지경이다. 해마다 두 세 번씩 열어야 하는 패션쑈만 하더라도 초창기의 작은 수준을 넘어 대대적인 행사였던 것이다. 그 행사를 위해 지영의 손놀림은 하루도 쉴틈을 주지 않고 부지런히 디자인을 연구해야만 했던 것이다. 우진과 예진은 그런 어머니를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자신들의 앞날의 꿈을 위해서 열심으로 생활을 해 나가고 있었다. 우진은 이미 대학생이 되었다. 그것도 대학입학을 수석으로 합격을 하여 지영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진의 외모 또한 훤출한 키에 준수한 용모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흥분하게 하고 있었을 정도로 출중한 외모이다. 지영은 그런 아들을 바라볼 때마다 너무나 힘이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예진은 그런 오빠를 따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대학 입시를 위한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우진과 예진은 권윤석을 너무나 좋아한다. 아버지의 정을 모르는 그들에게는 권윤석이 아버지의 역활을 해 주는 것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려서부터 죽 그들의 곁에서 모든 것을 챙겨주는 권윤석은 이미 그들의 아버지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진은 어머니가 권 사장님과 재혼을 하는 날을 기다린다. 어머니의 재혼상대는 당연히 권 사장님일 것이라는 생각을 그들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어머니는 그런 말을 한 번도 내 비치지를 않는다. 어머니의 마음을 우진은 알고 싶었다. 우진은 동생인 예진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너는 어머니가 재혼하시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엄마가 재혼을 하신대?" "그런 말씀은 없으셨지만 어머니가 재혼을 하시는 것이 좋지 않겠니?" "나도 엄마의 재혼을 말릴 생각이 없어! 허지만 권 사장님하고 재혼을 하신다면말야." "그렇지? 너도 권 사장님이 어머니와 재혼 하실거라고 믿고있지?" "오빠! 우린 어려서부터 권 사장님을 아버지로 생각하고 살았던 것같애. 당연히 두 분은 결혼을 하셔야만 한다고 생각해!" "그럼 우리가 두 분의 결혼을 밀어드릴까?" "헌데, 할머니는 요즘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시는것 같거든!" "그야 당신의 자식이니까 그러시겠지. 허지만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주신 아버지보다 권 사장님이 우리의 아버지처럼 생각이 된다." "오빠! 이건 내 느낌인데 아무래도 할머니의 행동이 이상해 지셨어." "왜? 어떤 점이 이상하지?" "요즘 할머니의 외출이 몹시 잦으시거든" "어디를 나가시는 것 같은데?......" "글쎄?" "아무래도 아버지를 찾으러 다니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이제와서 찾아본들 무엇하시려고?" "그래도 당신의 자식이니까 보고 싶으신거 아닐까?" "..................." 우진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제와서 아버지를 만난들 무엇을 하겠는가..... 이미 처 자식을 버리고 떠난 사람이 아닌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무섭다는 기억이 전부였다. 이제와서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아버지로서 부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진이는 할머니의 외출은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오늘도 또 나가슈?" 노연희의 외출 차림을 보고 송현숙이 빈정거린다. "어디에 숨겨둔 영감이라도 있소?" "말씀을 하셔도 꼭 그런 흉측한 말씀을....." "아! 그렇게 매일 나가니 그럴밖에! 그나저나 또 저녁 늦어서야 들어 오는 게요?" "일찍 들어 오리다." "난 저녁을 준비하지 못하니 알아서 하오. 맨날 애들을 라면이나 끓여 먹게하고 찬밥이나 먹게 한다는 것을 애미가 알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노연희는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나선다.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집을 나서는 노연희의 마음은 애가 탄다. 벌써 한달 째 아들이 있는 병원으로 가는 노연희였다. 우연한 기회에 아들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아닐 것이다 하고 무심히 지나처 버렸던 것이었으나 아무래도 자신을 바라보는 거지차림의 사내가 마음에 걸려서 다시 되돌아가서 보았다. 아파트를 알고 찾아왔던 것인지 노연희를 보고도 아는 체도 하지 못하고 있는 완전한 거렁뱅이었다. "애비야! 네가 정말 우진 애비가 맞니?" "어머니!" 노연희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 꼴이....... 도대체 이 꼴이 무엇이란 말이더냐?" 노연희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집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노연희는 아들을 가까운 여관에 데리고 들어간다.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더란 말이냐?" "그 여우같은 년한테 속아서 그나마 있던 어머니의 집을 팔아서 그냥 도망을 가 버렸지 뭡니까? 그 년을 잡으려고 전국 방방곳곳에 안 다닌 곳이 없습니다." 박기주의 몰골은 형편이 없었다. 그는 심한 기침을 하고 있었다. "어디가 많이 아프냐?"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렇게 어미니를 보았으니 이제는 여한이 없습니다. 그저 어머니의 얼굴이라도 한번 볼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어이구! 이 노릇을 어쩌면 좋다는 말이냐? 그렇게 똑똑하고 잘난 마누라를 개 패듯이 하고 강제로 이혼을 하였으니 무슨 얼굴로 나타난다는 말이냐?" 노연희는 마음이 안타깝다. 이혼이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어머니! 제가 무슨 낯으로 그 사람과 아이들 앞에 나타나겠습니까? 그저 이렇게 어머니 얼굴이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어쩌면 좋으냐? 이 노릇을 어쩌면 좋다는 말이냐?" 노연희는 마음만을 동동 거렸으나 다른 대책이 있을리가 없다. 박기주를 여관에 묵게 하고는 매일 먹을 것을 날라다 주곤 했으나 아무래도 아들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우리 병원에라도 가보자!" "어머니! 병원에 간다고 무슨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저 이렇게 며칠만 어머니 곁에 있다가 조용히 갈께요." "가긴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그래도 여긴 네 자식들이 있으니 내가 기회를 봐서 애미한테 말을 하마!" "절대로 말하지 마세요. 그 사람에게 다시는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많은 죄를 저지르고 많은 고통을 주었읍니다. 도저히 그 사람에게 나타날 수가 없는 죄인입니다." "그래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노연희는 강제이다시피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간다. 이미 박기주는 간경화 말기의 환자였다. 길에다 그냥 방치를 할 수가 없어 노연희는 아들을 입원을 시키고는 며느리와 손자의 눈치를 본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입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오늘도 노연희는 아들의 병원으로 가는 발길이 무겁다.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자식들을 만나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아이들의 마음에선 아버지의 자리가 없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잊어버린 아이들이다. 권 사장이라는 사람이 아이들과 며느리의 마음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노연희도 잘 알고 있었다. 노연희 또한 권윤석이 싫지가 않았다. 며느리의 재혼 상대로도 손자들의 새 아버지로서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의 아들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그냥 말없이 보내야만 하는가...... 병실에 들어서자 아들의 눈은 자신의 뒤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노연희였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도 사람일진데 어찌 자식들이 보소고 싶지 않겠는가..... "밤에 잠을 편안하게 잤니?" "네!" 박기주는 오늘도 어머니가 혼자서 들어서는 것을 보고 실망을 한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죄라도 하고 싶다. 어머니의 힘을 빌어서라도 아내와 아이들이 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지신을 발견한다. 그런 박기주의 마음을 노연희는 충분히 짐작을 한다. "조금만 기다려봐라! 요즘 애미가 너무나 바빠서 말을 건네기가 쉽지가 않다." 노연희는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우진이하고 예진이는 많이 컸지요?" "이젠 어른이 다 되었다. 우진이는 네 젊었을 때 모습을 너무나 많이 닮았다. 예진이는 천상 제 어미를 그대로 빼다 박았고...." "..................." "애들이 보고 싶냐? 허긴 왜 안그렇겠니? 허지만 말을 하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노연희의 마음이 가슴 밑바닥에서 아픈 통증이 올라온다. "어머니! 우진이는 착한 성품이던가요?" "그래! 아직까지 한 번도 나나 제 어미의 속을 썩여 본 적이 없다." "다행이네요. 설마 나를 닮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었지요. 아이들이라도 엄마한테 잘 해야 하는데....." 박기주는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라서 마음이 움츠려든다. 얼마나 못된 남편이었는가........ 지금의 자신은 천벌을 받은 것이라 생각을 하는 박기주였다. 노연희는 다른 날보다 조금 이르게 병실을 나온다. 또 늦게 돌아가면 송현숙의 악담을 들어야 하는 것이 마음에 부담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있는데서 못할 노릇이었던 것이다. 노연희가 아파트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진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할머니! 어디를 다녀오시는 거에요?" "응? 나, 저기. 좀......" 노연희는 말을 더듬는다. "저 하고 말씀좀 나눌수 있으시죠?" 우진은 그 말을 남기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노연희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다 무슨 결심을 한듯 우진의 방으로 들어선다. "왜? 할미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냐?" "그 병원엔 누가 있어요?" "병원? 어떻게 그걸?.........."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 "할머니! 병원에 아버지가 계시는건가요?" "그래! 어차피 너희들에게 말을 하려고 했었다. 지금 네 아버진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다.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고 해도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한 번만이라도 찾아가 봐 주지 않겠니?" "할머닌 어떻게 아셨어요?" 우진은 할머니가 아버지를 찾아 다닌 것으로 생각을 하며 묻는다. "이곳을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왔더구나! 허지만 우리 앞에 나서지를 못하고 그냥 이 근방을 배회를 했던 것을 우연히 내가 만난 것이다." "그럼 예진이와 저도 보았겠네요." "너희들의 얼굴을 알기나 하니? 눈 앞에 있다 한들 자식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보고 만나기를 바라십니까? 자식들을 알아 보지도 못하는 아버지가 무슨 얼굴로 자식들을 보기를 원한다는 말입니까?" "우진아! 그래도 너를 낳아준 니 아버지가 아니더냐? 마지막으로 한 번만......한 번만 만나주면 안 되겠니?" 노연희는 손자에게 애걸을 한다. "이 할미를 생각해서라도........" "예진이와 저는 만나지 않겠습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모습이 어떤 줄 아십니까?" "안다, 내가 그걸 왜 모르겠니? 허지만 이제는 죽을 날 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해가고 있는 아버지다. 이 할미도 그 옛날을 생각하면 죽는다해도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허나. 우진아! 그래도 이 할미의 배를 빌어서 나온 할미의 자식이다. 자식이 아무리 못된 인간이라도 어미는 자식을 외면하지 못한다. 자식 또한 부모를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 가는 길이니 마음이나마 편하게 보내주었으면 한다." 우진은 할머니의 긴 말을 다 듣고도 대답이 없다. 노연희는 또다시 우진에게 간청을 한다. "어머니에게는 말씀을 하시지 마세요." "그래! 차마 네 어미에게는 이 할미도 입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알았어요! 우선 예진이와 상의를 하고 나서 답변을 드릴게요." 우진이의 마음도 심란하다. 아무리 밉고 싫어도 아버진 아버지인 것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버지라 해도 자신을 이 세상에 있게 해준 아버지인 것이다. 우진은 싫다는 예진이를 억지로 설득을 한다. 그들은 박기주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함께 간다. 노연희는 병실 문을 열고 우진과 예진이를 데리고 들어간다. 박기주는 이미 아이들을 알아 보고 얼굴이 환해진다. "애비야! 우진이와 예진이를 데리고 왔다." 그러나 우진이와 예진이는 선뜻 박기주의 앞으로 나서지를 못하고 있었다. "네가 우진이냐?" 박기주는 우진이를 보고 말을 한다. "네가 우리 예진이구나! 너무나 아름답고 이쁘게 자랐구나!" 박기주의 눈에는 두 줄기의 굵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 아버지를 용서하지 말아라! 나는 너희들에게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너희들에게 용서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너희들에게 아버지의 잘못을 빌고 싶을 뿐이구나!" 우진이는 아버지를 자세히 바라본다. 얼굴조차 기억에 없는 아버지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잊으려 애를 썼던 것도 아닌데 아버지의 얼굴은 그곳을 떠나오면서 우진의 기억속에서도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우진아! 예진아!..........." 박기주는 아이들이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좀처럼 가까이 다가오지를 않는다. 더구나 예진이는 빨리 병실에서 나가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예진이의 마음이다. 그렇게 우진이와 예진이는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병실을 나오고 만다. 우진이의 가슴은 터질 듯한 분노가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타나지 말아야 하는 아버지다.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를 침대에서 끌어 내리고 싶은 생각이다.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가슴을 아프게한다. 어머니를 무자비하게 때리고 고함을 지르던 모습이 아니라 너무나 초라하고 병든 아버지의 모습이 화가 난다. 우진이는 병원을 나서면서 자신의 뺨위로 흐르는 눈믈을 닦을 생각도 없이 그대로 뛰어간다. 그러나 예진의 마음은 병실을 나온것으로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예진의 기억에 아버진 존재하지도 않았고 아버진 필요한 사람이 아니였다. 오빠의 뺨위로 흐르는 눈물을 예진이는 이해를 하지 못한다. 무엇 때문에 저런 사람을 위해서 오빠가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지 예진은 그것이 더욱 화가 나는것이다. 예진은 두번 다시는 병원을 찾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권윤석의 모습이 예진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다. 어머니의 배필로는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이 아니라 권윤석이 더 잘 어울린다고 예진은 생각한다. 우진이 뛰어가고 난 길을 예진은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곤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어머니의 회사로 발길을 옮기는 예진이다. "너? 여긴 어떻게 왔어?"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어서......" 생각지도 않은 예진이의 방문에 지영은 놀라워한다. 한번도 아이들 스스로가 엄마의 회사를 찾아 온 적이 없었던 아이들이었다. "지금 한창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이 아니냐?" "머리도 식힐 겸 나왔다가 엄마가 보고 싶어서 들렸어요." '그래! 가끔은 휴식도 필요하지. 기왕에 나왔으니 어디가서 맛있는 거라도 사 줄까?" "아니에요. 이렇게 엄마를 봤으니까 됐어요. 빨리 들어가서 공부를 해야만 해요." 예진이는 이내 지영의 사무실을 나온다. 지영은 급히 예진이를 쫓아 나간다. 이렇게 아무런 용건도 없이 찾아 올 예진이가 아니라는 것을 지영은 잘 알고 있었다. "예진아!"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영은 예진이를 불러 세운다. "엄마! 왜 따라나오세요?" "엄마하고 어디가서 얘기 좀 하자!" 지영은 예진이를 조용한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먹고 싶은거 시키렴!" 예진이는 메뉴판을 찬찬히 훓터본다. "과일 파르페 주세요." 난 간단한 칵테일 한잔." 주문을 끝내고 모녀는 바라다 본다. "그러고 보니 우리 딸하고 이런 곳에 처음 와 보는구나!" "아직 이런데 다니면 안 되는 나이잖아요." "부모하고라면 문제가 되지를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아마 그럴거에요." "예진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한테 말 안해 줄래?" "일은 무슨 일? 아무일도 없었어요. 정말 그냥 바람을 쏘이러 나왔다가 엄마한테 가 본 것이에요." "아니야! 지금이 어떤 시간인데 그냥 일없이 밖으로 나올 우리 예진이가 아니라는 것을 엄마는 알고 있어!" "....................." 엄마의 눈은 상당히 예리하다는 것을 예진이는 생각한다. "엄마!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계세요?" "뭐? 아버지?........." "......................" "예진아! 아버지가 보고 싶으냐?" "아니요!" 예진이는 강하게 머리를 젖는다. "갑자기 아버지에 대해서 묻는다는 것은 아버지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니냐?" "그게 아니고........." "괜찮다! 엄마한테 못할 말이 어디있니? 마음놓고 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말해 보거라!" "...................." 예진이는 말을 하지 못한다. 아니, 절대 엄마가 알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아니라 엄마가 권사장님과 결혼을 하시면 하고...." 그러나 지영은 그것이 예진이의 마음이 아닌 것을 느낀다. 뭔가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예진이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예진아! 할머니께서 아버지 말씀을 하시던?" "어?......" 예진은 그만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런 예진이의 마음을 지영은 간파를 한다. "그랬구나! 할머니가 아버지를 만나셨다고 하시더냐?" 예진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지영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아버지가 보고싶니?" "아니! 그런 사람을 아버지라고 하기가 싫어요." "그런 사람? 그럼 너희들이 아버지를 만나 보았다는 말이구나?" "......................" "엄마는 너희들이 아버지를 만난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너희들에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가 아니냐?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어디에 계신 줄도 모르고 있었으니 너희들을 보내지 못한 거다. 자식이 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엄마가 왜 막겠니?" "엄마! 지금 그 사람은 다 죽어가고 있대요. 오늘 오빠하고 할머니하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헌데 난 아버지라고 부르기가 싫어요." 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비로소 스님이 되신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시어머님에겐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인 것이다. 어찌 그리 잊고 사실수가 있을까. 그동안 시어머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예진아!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자신을 낳아 준 부모에게 그렇게 말을 해선 안 된다. 넌 누가 뭐라고해도 그 분의 핏줄을 받고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이다. 다시 한번 네 아버지에게 그 사람이라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예진이의 대답은 없었다. 지영은 예진이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우진이 아직 들어오지를 않고 있었다. "어머님! 우진이는요?" "글쎄........." 노연희는 무엇이라 할 말이 없다. 예진이와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자 노연희는 예진이가 이미 말을 한 것이 아닐까하고 지영을 바라본다. 그러나 지영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를 않는다. 그 시각 우진은 박기주의 병실에 있었다. "어버지!" "우진아!" 우진은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고맙다! 이렇게 네가 다시 찾아 올 줄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제서야 오셨어요?"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아버지를 잊고 살아 왔었어요. 예진이나 저는 아버지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아버지를 용서하지 말거라!" "왜 이렇게 망가지셨어요? 좀더 잘 살아가시지 않고요........" 박기주는 아들의 커다란 손을 잡고 놓을 줄을 모른다. 이제 아들은 완전한 성인이 되었다. 자신이 아들 앞에 너무나 작고 초라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잘 자라 주어서 너무나 기쁘구나! 네 엄마의 참된 것을 보지를 못하고 그렇게 괴롭히고 힘들게 했으니 내가 천벌을 받은거야." "어머니의 고생이 얼마나 많으셨는지 아세요? 지금까지도 어머닌 우리 둘을 위해서 밤잠도 잊고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것을 아버진 알고나 계신가요?" "할 말이 없구나!" 박기주는 더 이상 할 말이 있을리가 없었다. 이렇게 다시 찾아와 준 아들에 대해서 너무나 고맙고도 반가운 마음 뿐이었다. 우진이는 아버지의 병세에 대해서 담당의사의 말을 듣는다. 이제 얼마 버티지를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이였다. 간경화로 인해서 이미 손쓸 단계가 넘어선 것이다. 더구나 술을 너무나 많이 마셨기 때문에 간에 손상이 많이 가고 위장도 손쓸수가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망가져 있다고 의사의 소견을 듣고는 우진은 낙심을 한다. 이대로 지켜 보는 것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우진이는 어머니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는 병원을 나선다
    2026-05-04 나의 백일장
  • 길들이다니.
    2026-05-04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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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상권엔 없는 형태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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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 댓글입니다.
    2026-05-04 익명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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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04 익명게시판
  • 코멘트 달리는 거 보면 그렇긴 한 듯 ㅋ
    2026-05-04 익명게시판
  • 여자였네요~ㅎㅎ
    2026-05-04 나의 백일장